▼국가기밀은 나라마다 경중을 따져 등급을 매기고 분류한다. 대개 그것이 유출돼 국가안보에 해를 끼칠 염려가 있으면 「대외비」, 심각한 해를 미칠 경우 「비밀」, 치명적인 해를 미친다면 「극비」 등 크게 세가지로 나눈다. 국가기밀은 또 등급에 따라 취급인가자를 제한한다. 미국도 신원 공신력 기능 등에 따라 국가기밀 취급인가를 받은 사람만이 특정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기밀 유출 및 간첩혐의로 버지니아주의 한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한국명 金采坤·김채곤·57)의 정보유출사건 전말을 보면 어처구니없다. 김씨는 미 해군 정보국에 컴퓨터 전문가로 20년간 봉직하면서 1급비밀 특급비밀 취급자격을 땄다. 당연히 기밀취급자로서의 수칙 등을 충분히 익혔을 것이고 따라서 기밀을 몰래 빼돌리는 행위를 할 때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미국 「국가정보와 관련된 문서」를 미해군 정보국 사무실에서 복사하여 팩스를 통해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에게 보냈다. 한번은 서류봉투를 제삼자를 통해 전달하고 상대에게 사무실 전화로 『보낸 서류 잘 받았느냐』고 확인까지 했다. 도저히 한국을 위해 첩자노릇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지금 많은 한국인들은 김씨의 재판과정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김씨 사건은 미국이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과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씨의 딸 레슬리양(21)은 본사에 보내온 편지에서 김씨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을 걱정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믿어지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가 간첩혐의를 벗고 석방되어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중국 선교활동」의 꿈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