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한보사태와 관련, 지난달 25일 차남 賢哲(현철)씨의 모든 사회활동을 중단시키겠다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현철씨의 사조직중 하나인 「언론대책반」(일명 광화문팀)이 최근까지 계속 활동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조직은 지난 92년 대선 직전 현철씨 주도로 구성된 것으로 선거 때는 물론 최근까지 주요 언론의 논조와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현철씨에게 보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철씨는 김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 있는 자신의 개인사무실을 폐쇄하고 유엔한국청년협회(UNYA)회장직도 사퇴하는 등 일체의 공적 대외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신문로빌딩 809호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광화문팀」은 현철씨의 언론계 인사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난 10일까지 활동을 계속하다 사태가 악화되자 1억원의 전세금도 찾지 않고 서류와 컴퓨터 등만 챙겨 사무실을 폐쇄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화문팀이 세들어 있던 사무실실은 46평 넓이에 10여명의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머무르며 모든 일간지를 2부씩 정기구독하면서 여론동향을 파악하는 일을 담당해 왔다고 주위사람들은 전했다.
현철씨의 언론계 대리인으로 지난해 4월 15대총선때도 여론조사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성균관대 K교수도 이곳에서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의 관리인중 한사람은 19일 K교수의 사진을 보며 『지난해 말까지 자주 이곳에 드나들었다』고 확인했다.
K교수는 이번학기 안식년 휴가를 얻어 미국에 체류중이다.
경비원중 한 사람은 『어느날 검은 양복을 입은 3,4명의 낯선 남자들이 찾아와 809호에 들어가려해 「어디에서 온 사람들이냐」고 묻자 「청와대에서 왔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인이나 이웃 주민들은 『몇년전부터 809호실이 언론을 분석해 정부의 주요기관에 보고하는 연구소라는 소문만 들었을 뿐 외부인들은 누구도 아파트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관리인은 『얼마전 우연히 아파트안으로 들어가보니 방안과 책상 위에는 온통 신문스크랩과 보고서 등이 쌓여 있었으며 책장에는 정치인들과 정부인사들의 파일이 꽂혀 있었다』면서 『「대통령이 되는길」이라는 책자가 보여 빌려달라고 했더니 「당원용」이라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