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비서실 개편］『家和萬事成』 갈등의 핵 제거

[김동철 기자] 28일 단행된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청와대의 핵심 축인 비서실장과 정무, 경제수석비서관을 모두 경질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청와대 내부에서 빚어진 권력갈등과 참모간 불협화음에 따른 문책 성격이 강하다. 청와대 비서실은 지난 연말이후 노동법 개정파문과 한보사태를 거치면서 金光一(김광일)비서실장과 李源宗(이원종)정무수석 사이에 상황인식과 해법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져 비서실자체가 두파로 나뉘어 힘겨루기를 하는 난맥상을 빚어왔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국민사과담화에서 「인사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힐 때부터 비서실장과 정무, 경제수석의 경질은 예견돼 왔다. 이날 김대통령이 「비서실 쇄신」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조각(組閣)차원에서 비서실을 대폭 개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2명의 수석비서관(비서실장 포함)중 4명만 교체한 것은 비서실의 업무 연속성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尹汝雋(윤여준)청와대대변인도 『비서실 업무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수준에서 비서실을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새로 출범하는 金瑢泰(김용태)비서실장체제는 흐트러진 청와대 비서실의 분위기를 바로잡고 여권의 내부화합을 끌어내 위기국면을 돌파해야 하는 힘든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김대통령이 상도동출신 핵심측근은 배제하고 TK(대구 경북)출신으로 민정계인 김비서실장과 호남출신으로 민주계인 姜仁燮(강인섭)정무수석을 핵심요직에 안배한데서도 드러난다. 언론인 출신인 두 사람 모두 강한 개성을 지녔던 전임자들에 비해서는 온건합리적 성격이다. 또 金仁浩(김인호)경제수석도 소신파이기는 하지만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대통령이 노동법 파문과 한보사태를 겪으면서 향후 국정운영 방식을 대폭 바꾸겠다는 의지가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드러났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따라서 오는 4일경부터 계속 이어질 내각과 신한국당 개편 방향도 이날 단행된 청와대 비서실 개편방향과 비슷한 맥락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 비서실 개편과 곧 단행될 내각과 신한국당 개편이 사회분위기를 다소 바꿀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극도로 악화된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노동법 개정파문과 한보사태로 김대통령의 임기말 누수현상(레임덕)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책임을 묻는 차원의 인사만으로 이를 극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