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남북한 접촉說]『당사자끼리 해결』교감

  • 입력 1997년 2월 19일 20시 17분


[북경〓특별취재반] 黃長燁(황장엽)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요청 8일째에 접어들면서 남북한간의 대화에 의한 사태해결방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시각은 무엇보다도 중국이 이번 사태에 비당사자임을 강조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중국은 18일 사태발생후 처음 열린 내외신기자 뉴스브리핑에서 『우리는 황의 중국입국을 통보받지도 못했고 중국과 북한간에는 비자면제협정이 있어 황이 비자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또 황은 중국의 호텔에서 묵지도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상황을 몰랐다』고 강조했다. 唐國强(당국강)대변인은 묻지도 않은 질문에 이례적으로 이처럼 상세하게 설명하고 나섰다. 당대변인은 또 『유관 각측(관련국들)이 냉정한 자세와 타당한 방식으로 해결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입장은 한마디로 자신들은 당사자가 아니며 남북한이 사태해결에 합의해주길 바란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지난해 4자회담 참가여부에 대해 남북한의 합의를 전제로 내세웠던 입장과 일치되는 것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남북한 사이에 대립적인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양측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시해왔다. 황비서의 망명사건에도 전통적인 「당사자합의원칙」을 다시 강조한 셈이다. 아직까지 북경 현지에서 남북한 관리의 접촉사실이 확인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남북접촉의 개연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북한외교부가 『갈테면 가라』는 망명허용을 시사하는 성명을 내놓음에 따라 남북한간 협상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분석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망명허용의 「대가」를 놓고 실질적인 조건이 오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金夏中(김하중)외무장관특보의 행보도 이와 관련해 주목된다. 김특보는 북경에 도착한 이후 언론의 시야 밖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때 김특보가 북한사람들과 접촉했다는 설도 나돌았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최근엔 서울에서 비밀리에 대북협상팀이 파견됐다는 역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돈 바 있다. 남북한간의 접촉형태로는 직접 접촉 이외에 제삼자를 매개로 한 간접 접촉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남북한 사이에서 중개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미 미 중앙정보국(CIA)요원들이 황과 면담, 미국행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미국이 이번 사태해결에 막후역할을 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북경의 외교소식통들은 미국이 「순전히 인도적인 이유에서」 북한에 1천만달러 어치의 식량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발표시기가 북한외교부 성명발표와 일치한 점 등을 들어 황비서 망명문제에 미국이 막후조정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측 관계자들은 현재 남북접촉을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간에 어떤 형태로든 교감이 오가고 있다는 게 북경의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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