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기자] 洪仁吉(홍인길)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11일 청와대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지난 20여년간 홍의원과 함께 이른바 상도동 가신(家臣)그룹에서 핵심역할을 해왔던 李源宗(이원종)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내 민주계 인사들은 할 말을 잃은 채 허탈한 표정들이다.
지난 6일 경남 울산 여동생 상가(喪家)에서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홍의원의 말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이수석 등 청와대내 민주계인사들은 張學魯(장학로)전청와대제1부속실장에 이어 김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들의 거액 수뢰사실이 밝혀지자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계 인사들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읍참마속(泣斬馬謖)」 결단에 홍의원이 희생양이 됐다』며 울분을 토해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여권핵심부에서 한보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카드로 그동안 상도동의 자금관리를 맡아왔던 홍의원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의원 사법처리에 대한 김대통령의 반응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김대통령이 자신의 지역구(부산 서)까지 물려줄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던 홍의원의 비리연루사실에 충격을 받아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취임초기부터 「나는 단돈 1원도 받지 않겠다」 「점심으로 칼국수를 들겠다」며 깨끗한 정치를 약속했던 김대통령이 분신(分身)과 다름없는 측근의 비리사실이 밝혀졌는데 심정이 오죽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최근 침묵이 무엇을 뜻하겠느냐』면서 『김대통령은 한보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