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가 정치권에 몰고올 파고(波高)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들다. 20일 가까이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 전망들도 「과거의 권력형 비리 때처럼 결국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식으로 끝날 것」에서부터 「이번은 다르다. 정계재편, 더 나아가 정치권의 빅뱅이 올지도 모른다」는데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그러나 검찰수사의 손길이 정치인들에게 뻗치면서 정치권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밝힌 「성역없는 수사」 「부정부패의 발본색원」 등의 의지가 가시화하는 조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신한국당의 洪仁吉(홍인길) 鄭在哲(정재철), 국민회의의 權魯甲(권노갑)의원 등 1차 소환자의 면면에서부터 뭔가 「정치적 암시(暗示)」를 느끼는 듯하다.
2차 소환자들의 면면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웬만한」 급(級), 규모, 조치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지의 사실이다. 특히 여권의 차기대선후보들과 야당총재급 이름도 거명되고 있는 형편이다. 설령 검찰에 소환된 정치인들이 허술한 법망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사법처리 여부를 떠나서 일단 검찰에 소환된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은 뻔하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정한파(司正寒波)가 중진급 여야 정치인들의 몰락을 초래하고 그 결과 대선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해져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설령 한보파고가 정계개편에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그동안 정치권의 흐름을 사실상 주도해왔던 「3김(金)정치」 「가신(家臣)정치」 등의 행태가 어떤 형태로든 바뀌는 수준의 「개편」 개연성은 높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한보사태가 정치권의 부분적 「성형(成形)」내지 「개조(改造)」를 가져올지는 모르나 대통령선거를 불과 10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대규모 정계개편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이같은 시각은 한보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 이른바 「3김」의 민(民)의 분점(分占)구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기인한다.
〈金東哲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