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와 페루주재한국대사관은 李元永(이원영)대사가 일본대사관저에서 인질로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진 18일 정오경부터 사태파악과 대책마련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국대사가 외국에서 인질로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테러범들이 5∼6명이나 돼 유혈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張東哲(장동철)중남미국장과 페루주재 金玉洲(김옥주)참사관에 따르면 이대사는 17일 오후 7시35분경(현지시간·한국시간 18일 오전 9시35분) 대사관에서 결재를 마친 뒤 『9시경에 돌아오겠다』며 일본대사관저로 갔다가 억류됐다.
다른 대사들은 부부동반으로 참석했으나 이대사는 부인(조성실씨)을 동반하지 않았고 1천2백여명인 교민 가운데 리셉션에 참석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무부는 게릴라들이 페루각료와 외국대사 등 주요인사들은 3층에, 다른 인질들은 1층에 분산시켰다는 소식에 따라 이대사가 3층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참사관과 일본대사관저 밖에서 대기중인 운전기사는 이대사가 소지한 휴대전화에 계속 전화를 걸어봤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대사관저에서는 처음에 서너차례의 폭발음이 들렸으며 이어 경찰과 테러범 사이에 총격전까지 발생했으나 페루정부와 게릴라 사이에 협상이 시작된 탓인지 일단 평온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국장은 현지보도 등을 인용, 20여명의 게릴라들이 리셉션 준비로 혼란한 틈을 타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로 변장해 대사관저에 잠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인질사건이 어떻게 끝날지는 18일 오후 현재 불투명하나 지난달 20일 신설된 외무부 중남미국으로서는 처음 맞는 중대사건.
장국장을 비롯한 중남미국 직원들은 페루측과 계속 접촉하는 한편 사태의 진전상황 및 리마 현지사정이 입수되는대로 기자들에게 알리는 등 열성을 보였다. 페루주재 한국대사관도 이대사를 포함, 근무자가 5명뿐인 작은 공관이지만 서울에서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꼬박꼬박 응답하며 철야근무를 했다. 서울과의 시차는 14시간이다.
〈方炯南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