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월트디즈니콘서트홀 등 상상력 넘치는 건축물들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사진)가 5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96세.
고인의 사무소인 게리파트너스 LLP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게리가 호흡기 질환을 앓다가 미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7년 LA로 이주하며 미국 국적을 얻었다. ‘조각가 같은 건축가’로 불렸던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스테인리스강이나 알루미늄을 이용해 휘어지고 뒤틀린 듯 보이는 건물이다.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받을 당시 “신선하고 독창적이며 완전히 미국적인 작업”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미 뉴욕 첼시의 IAC 빌딩, 맨해튼의 ‘뉴욕 바이 게리’ 주거 타워, 프랑스 파리의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등이 유명하다. 국내에도 2019년 서울 강남구에 선보인 ‘루이뷔통 메종 서울’이 있다. 부산 동래학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건물은 학의 날개가 휘날리는 듯한 형태의 유리창이 특징이다.
게리의 건축은 1979년 샌타모니카에서 자택을 설계하며 시작됐다. 그는 당시 철망 울타리와 골판 알루미늄, 미완성 합판 등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으나 졸업 뒤 트럭 운전을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고인은 쇼핑몰 설계 기회를 얻었을 당시 무난한 건축을 제안했다가 자신의 집을 본 부동산 개발자로부터 “안전하게 가려는 태도를 버리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창의적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90대까지 왕성한 작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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