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발레리노 첫 로잔콩쿠르 우승
“우승 안믿겨 매일 상 꺼내봐
무대 즐기다 보니 큰 상 주어져”
박윤재 군은 12일 간담회에서 “세계적인 무용수들의 로잔발레콩쿠르 시절 영상을 보며 발레를 배웠다”며 “꿈의 무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오늘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이 ‘기(氣) 받아 가겠다’며 장난을 치더라고요. 솔직히 아직 우승이 실감나지 않아 받았던 상을 매일 꺼내 보고 있어요.”
한국 발레리노 최초로 로잔발레콩쿠르에서 1위를 거머쥔 박윤재 군(17·서울예고)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의젓하면서도 앳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세계 5대 발레 콩쿠르’로 꼽히는 로잔발레콩쿠르는 15∼18세만 참가할 수 있어 무용수들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박 군은 이번 콩쿠르가 “나와 발레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항상 콤플렉스였던 두꺼운 다리가 로잔에선 저만의 강점으로 받아들여졌어요. 신체 조건보다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매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박 군은 로잔콩쿠르에서 18년 만에 배출된 한국인 우승자이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이 2007년 우승한 뒤 처음이다. 다섯 살에 취미로 시작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발레의 길을 걸은 박 군은 지난해 제54회 동아무용콩쿠르에서도 고등부 동상을 수상했다.
박 군은 “무조건 잘하자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길을 최대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며 “무대를 즐기다 보니 큰 상도 주어졌다”고 말했다. “무용수라기보단 아직 배울 게 많은 학생”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한 그는 “앞으로도 내가 ‘좋아서 하는 발레’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도 했다. 현재 많은 해외 학교에서 유학 제안이 쇄도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미래에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오페라 가르니에 무대에 꼭 한번 서보고 싶고요. 강한 야생의 에너지를 품은 ‘돈키호테’의 바질 역이 꿈의 배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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