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뚫고… 할머니 현금다발 찾아준 소방관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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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금학동 전통시장 상가 화재때
할머니 “냉장고에 소중한 물건” 읍소
직접 뛰어들까 걱정돼 위험속 진입
수천만원 든 비닐봉지 찾아 돌려줘

28일 새벽 강원 강릉시 금학동의 상가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릉소방서 제공
28일 새벽 강원 강릉시 금학동의 상가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릉소방서 제공
“불길이 거셌지만 할머니의 울음 섞인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소방관들이 상가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뚫고 70대 할머니의 현금 다발을 찾아다 준 사연이 29일 뒤늦게 알려졌다.

화재는 28일 오전 4시 40분경 강원 강릉시 금학동 전통시장 인근 상가에서 발생했다. 점포가 밀집돼 불길이 쉽게 집히지 않는 상황에서 한 할머니 상인이 불을 끄던 강원도소방본부 환동해특수대응단 소속 소방관들에게 다가왔다. 이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정말 소중한 물건이 가게 냉장고 속에 있다”고 했다.

문덕기 소방위(49)와 안태영 소방장(35)은 이웃 점포에서 시작된 불길이 할머니 점포로 번지는 상황에서 잠시 고민했다. 문 소방위는 2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차례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는데도 할머니가 계속 통사정했다”며 “저러다 직접 뛰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위험을 무릅쓰고 진입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두 대원은 점포 안에 물을 집중적으로 뿌려 불길을 줄인 후 점포에 진입했다. 이어 가게 입구 가까운 곳에 있던 냉장고를 발견했지만 이미 냉장고 뒤에는 불이 붙어 있었다. 두 대원은 냉장고 아래칸에서 검은 비닐봉지 3개를 찾았는데 불씨 때문에 생긴 비닐봉지의 구멍 사이로 5만 원권 지폐 다발이 보였다.

빠져나온 대원들은 비닐봉지를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할머니의 신원을 확인한 후 이를 전달했다. 비닐봉지 속에 들어 있던 지폐는 일부 훼손됐지만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려준 돈은 수천만 원으로 추정된다. 돈을 받은 할머니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이 점포에서 건강식품을 팔며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냉장고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소방장은 “인명 피해 없이 할머니의 소중한 물건을 찾아주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소방관#강릉 화재#할머니 현금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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