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어르신, 폐지 수집해 모은 1억 고향 정읍에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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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550만원 이어 장학금 기탁
“주고 나니 오히려 내가 더 행복”

박순덕 할머니(왼쪽)가 지난달 30일 전북 정읍시 칠보면을 찾아 장학금을 전달하는 모습. 정읍시 제공
박순덕 할머니(왼쪽)가 지난달 30일 전북 정읍시 칠보면을 찾아 장학금을 전달하는 모습. 정읍시 제공
“평생을 가난과 노동 속에서 살아왔는데, (장학금으로) 주고 나니 오히려 내가 더 행복하네요.”

서울에서 홀로 살고 있는 박순덕 할머니(86)는 지난달 30일 전북 정읍시 칠보면에 장학금 1억500만 원을 기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평생 폐지와 깡통을 수집하며 한푼 두푼 모아온 박 할머니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이 돈을 고향의 학생들을 위해 선뜻 내놨다.

박 할머니의 장학금 기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6월에도 장학금 3550만 원을 칠보면사무소에 기탁했다. 당시 박 할머니는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장학금을 기부하겠다”고 칠보면 측에 약속했고, 이날 그 약속을 지켰다.

19세에 고향을 떠난 박 할머니는 부모님을 도와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던 탓에 공부를 못 한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그 시절은 다 그렇게 살았다”며 “세월이 흐르며 ‘경제적 사정으로 배움의 길을 접는 고향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경제적 사정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소중히 사용해 달라”며 “남은 시간을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봉사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정읍시는 칠보면 관내 어려운 학생들에게 이 성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읍=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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