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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123만명 태안의 기적, 지금도 감동”

입력 2017-09-15 03:00업데이트 2017-09-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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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기름유출 극복 10주년 행사
“성탄절 이브에도 자원봉사자 밀물… 혹한에도 행복한 얼굴로 인사 건네
… 그때 경험이 봉사의 삶 이끌었죠”
2007년 발생한 충남 태안 기름유출사고 10년을 맞아 14일 태안군 소원면에 개관한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의 내부. 자원봉사자가 돌에 묻은 기름을 일일이 천으로 닦는 모습을 모형으로 재현했다. 충남도 제공
“태안에 갔더니 이제 완전히 청정 바다를 되찾았더군요. 10년 전 크리스마스이브 당시 절망의 바다를 메웠던 자원봉사자들의 물결이 생각나네요.”

2007년 12월 24일 오전 당시 대학생이었던 유정훈 씨(36)는 자원봉사 모임을 인솔해 충남 태안의 기름유출 현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태안에 왔는데 자원봉사 인파가 넘쳤다. 그는 당시 느꼈던 감동을 깊이 간직하다 아예 봉사를 직업으로 삼고 전북도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같은 해 12월 7일 태안 만리포 앞바다에서는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와 삼성중공업 바지선의 충돌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태안 앞바다는 삽시간에 ‘검은 지옥’으로 변했다. 어업과 관광업이 모두 중단됐고 주민 일부는 생계 대책을 요구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오염된 바다는 예상보다 빨리 회복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지난해 태안해안국립공원을 청정해역으로 인정했다.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피땀의 결과라는 데 이의가 없다.

당시 자원봉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이후에도 봉사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태안 현장에서 학부모 자원봉사를 이끈 이영숙 씨(59)는 현재 서울꽃동네사랑의집 사무국장으로 봉사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시흥시 이주노동자지원센터 외국인 대표인 파키스탄인 수바찬 씨(48)는 25명의 외국인들과 현장을 찾아 기름을 제거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더욱 강해졌다. 혹한에도 행복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던 사람들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 주민 이광희 씨는 감격의 순간을 전했다. 그는 “누군가 봉고차로 쌀을 가져왔는데 한 끼씩 굶어 모은 ‘금식미’였다. 보낸 사람들이 한센병 환자나 손이 없는 장애인 등 스스로도 삶이 힘겨운 사람들이었다. 받기 미안했다. 귀한 선물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충남도와 해양수산부는 15∼17일 태안에서 ‘함께 살린 바다, 희망으로 돌아오다’라는 주제로 ‘서해안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를 연다. ‘유류피해극복기념관’도 개관한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 아카이브 역사관을 운영하며 유 씨 등의 체험담을 소개한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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