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배설물만 봐도 뭘 먹었는지 알죠”

  • 동아일보

국내 1호 ‘수달 박사’ 한성용 소장
직접 만든 무인카메라로 생태 관찰… 1년 절반은 야외생활… 간첩 오인도

 “이건 새를 먹고 배설한 거고요. 이건 물고기를 먹고 배설한 겁니다. 냄새 맡아 봐요. 수달 배설물은 냄새가 특이해서 단번에 알 수 있거든요.”

 기자 눈에는 이것이나 저것이나 비슷한 흙덩이로만 보이는데 전문가는 단박에 수달 배설물을 구별해냈다. 28년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을 연구해온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52·사진)은 수달생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 1호 ‘수달박사’다. 최근 서울 도심 한강에 수달이 산다는 사실을 확인해(본보 1월 19일자 A16면) 알렸다.

 그의 수달 사랑은 놀랍기만 하다. 한 소장은 경남대 동물생태학과 대학원생 때부터 수달에 관심을 가졌다. 원래는 지도교수를 따라 박쥐생태학을 전공하려 했는데 한국을 찾아온 일본인 연구자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수달을 연구하러 한국에 왔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에서는 수달이 멸종됐거든요. 해외에서도 찾아오긴 했는데 당시 한국에는 수달 논문 하나 없었죠. 그래서 내가 수달을 연구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의지만 강했다. 기초자료가 없어 일본까지 가 학자들을 찾고 영어 원서를 구해 공부해야 했다. 모든 탐사장비와 경비는 자비로 마련했다. 수달 생태를 관찰할 무인카메라가 없어 비디오카메라와 센서를 사다가 직접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고충은 1년 중 절반을 풀숲에서 지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수달의 발자국과 배설물을 쫓다 보면 길게는 보름 동안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가족에게는 미안한 일이었다. 짙은색 점퍼 차림에 각종 장비를 짊어지고 다니다 보니 오해 사는 일도 잦았다.

 20여 년 전 수달 흔적이 많은 강원 화천군 파로호를 살펴보고 있을 때는 군사보호구역인 것도 모르고 추적에 몰두하다 간첩으로 오인한 군이 무장한 채 출동하기도 했다.

 무(無)에서 시작한 연구는 어느덧 10명의 후학을 둔 어엿한 학문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소장은 여전히 한국수달연구센터와 한국수달보호협회 장(長)을 맡으며 일선에 서있다.

 “언젠가 일본인 학자가 ‘한 박사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일본에서도 수달이 멸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과찬이지만 그런 자긍심을 갖고 일하려 해요. 한강 하류에서 다시 수달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제 오랜 염원이었는데 기적처럼 실현됐잖아요. 수달이 살기 좋은 강 생태계를 만들면 사람도 더 행복해지겠죠.”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수달#한성용#수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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