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퇴거-피사레크 수녀 ‘소록도 할매천사’ 명예국민 됐다

  • 동아일보

히딩크 감독 이어 두번째

8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소록도 할매 천사로 불리는 마리아네 스퇴거 수녀와 마르그레트 피사레크 수녀의 명예국민증 수여식이 진행됐다. 수여식에 참석한 박병종 고흥군수, 스퇴거 수녀, 김현웅 법무부 장관, 김연준 소록도 성당 신부(왼쪽부터). 고흥군 제공
8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소록도 할매 천사로 불리는 마리아네 스퇴거 수녀와 마르그레트 피사레크 수녀의 명예국민증 수여식이 진행됐다. 수여식에 참석한 박병종 고흥군수, 스퇴거 수녀, 김현웅 법무부 장관, 김연준 소록도 성당 신부(왼쪽부터). 고흥군 제공
소록도에서 43년간 한센인들을 보살피며 ‘소록도 할매 천사’로 불린 마리아네 스퇴거 수녀(82)와 마르그레트 피사레크 수녀(81)가 8일 대한민국 명예국민이 됐다.

전남 고흥군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두 수녀가 명예국민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여식에는 스퇴거 수녀와 오스트리아에 있는 피사레크 수녀를 대신해 소록도 성당 김연준 신부가 참석했다. 최근 방한한 뒤 9일 출국하는 스퇴거 수녀는 “대한민국 정부가 (우리를) 국민으로 인정해줘 기쁘다”고 말했다.

명예국민증 수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 후 두 번째다. 명예국민증은 대한민국의 국위 선양, 국익 증진에 공로가 있는 외국인에게 수여되며 출입국 때 전용심사대 이용, 장기체류 희망 때 영주권 부여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두 수녀는 오스트리아의 간호대를 졸업한 뒤 1962년 소록도에 들어왔다.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한센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의사마저 접촉을 꺼리던 당시 두 수녀는 맨손으로 한센인의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한 식탁에서 식사를 하면서 사랑으로 환자들을 보살폈다. 두 수녀는 2005년 ‘건강이 악화돼 환자들을 돌볼 수 없어 부담만 주는 것이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겨놓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스퇴거 수녀는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4월 소록도를 찾았다. 김연준 신부는 “스퇴거 수녀님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년에도 초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북 전주만수초등학교 5학년 반딧불 군과 아버지 반덕진 우석대 교수는 두 수녀를 위해 만든 노래 ‘소록도 할매 천사’라는 악보를 헌정했다. 고흥군은 두 수녀의 봉사 참뜻을 기리기 위한 조례를 제정해 선양사업 20여 건을 추진 중이다.

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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