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피아니스트 “내 건반 위엔 국악도 뛰놀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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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재즈연주자 이로 란탈라
11일-12일 내한공연… 가야금 협연도

11, 12일 내한 공연하는 파격 행보의 핀란드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 플러스히치 제공
11, 12일 내한 공연하는 파격 행보의 핀란드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 플러스히치 제공
비틀스 음악의 스트리밍 서비스 개시(2월), 비틀스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별세(9일)…. 전설을 기억하는 분위기가 요즘 뜨겁다.

핀란드의 대표적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인기 방송 진행자인 이로 란탈라(46)가 11, 12일 한국에서 첫 솔로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존 레넌(1940∼1980) 탄생 75주년을 기념해 그가 낸 신작 ‘My Working Class Hero’가 레퍼토리의 중심이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동호로에서 만난 란탈라는 “핀란드는 최근 노키아의 몰락, 목재 수출의 급감, 조선산업 침체로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레넌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혼란스러움이 일부 담겼다”고 했다.

클래식과 재즈를 섭렵하고 초절기교를 갖춘 그는 카멜레온 같은 활동으로 유명하다. 18세 때 결성한 ‘트리오 토이킷’을 통해 격렬한 팝과 록을 재즈에 결합해 세계 50여 개국에서 공연을 열며 돌풍을 일으켰다. 클래식 피아노 협주곡 작곡, 방송 진행, 코미디 쇼까지 섭렵하며 재즈 음악인으로는 드물게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올해 계획도 풍성합니다. 4월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 6월엔 무성영화 상영에 맞춰 즉흥연주 콘서트를 엽니다. 2주 전엔 첫 오페라 작곡을 시작했죠. 현대인을 풍자한 코믹 오페라예요.”

그의 독특하고 공격적인 행보는 침체된 요즘 음악시장에 통찰을 준다. 핀란드 최대 라디오 방송국 ‘라디오 수오미’에서 그가 진행하는 ‘어 나이트 오브 이모션스’는 유럽방송연맹의 ‘황금장미’ 상, 미국 뉴욕 라디오 어워드를 휩쓸었다. “스튜디오에 피아노를 놓고 실시간으로 청취자 사연을 소개한 뒤 거기 걸맞은 즉흥연주를 들려주는 3시간짜리 생방송입니다. ‘지금 우리 집 창밖에 야생 무스가 지나간다’부터 ‘3일 전 남편이 별세해 너무 슬프다’까지 다양한 주제에 맞춰 2∼3분짜리 즉흥곡들을 만듭니다. 음악, 사회문제, 재미, 감동이 뒤섞여 시간이 훌쩍 가요.”

호기심 덩어리인 그의 관심은 국악에까지 닿았다. 지난해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소리꾼 정은혜와 협연한 데 이어 이번엔 KBS ‘국악한마당’에서 가야금과 듀오 연주를 선보인다. “제가 벌인 일에 끝없이 대처하다 보면 머리가 굳을 새가 없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핀란드#재즈 피아니스트#이로 란탈라#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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