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장에 꿈 심어준 해군 삼촌 450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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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받아 대학생 되는 권은별양 “복지사 돼 어려운 이웃 도울래요”

3일 경남 창원시 세화여고에서 열린 졸업식장에 전영규 해군군수사령부 주임원사(오른쪽)가 권은별 양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3일 경남 창원시 세화여고에서 열린 졸업식장에 전영규 해군군수사령부 주임원사(오른쪽)가 권은별 양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 정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전영규 해군군수사령부 주임원사(44)가 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세화여고 졸업식장에 들어섰다. ‘일일 아빠’로 나선 전 원사는 ‘권은별 축 졸업’이라는 리본이 달린 꽃다발을 권은별 양(19)에게 건넸다. 권 양은 “덕분에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해군과 권 양의 인연은 2012년 7월 시작됐다. 해군군수사령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장기 후원할 수 있는 소년소녀가장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해 당시 중학교 3학년생이던 권 양과 인연을 맺은 것.

유치원에 가기도 전에 부모가 집을 나간 뒤 권 양은 고혈압 증세가 있는 외할머니(76)와 여동생 둘을 보살펴야 했다. 권 양은 “돈이 없어 수학여행에 빠지기 일쑤였고 학교에 내야 하는 각종 회비는 낼 엄두도 못 냈다”며 “그런 상황 탓에 아무 꿈도 없었다”고 말했다.

권 양을 일으켜 세운 건 해군의 후원자들이었다. 김진형 해군군수사령관(소장) 이하 간부 및 군무원들은 1인당 1000원 이상을 모금해 권 양 계좌로 매월 30만 원씩 후원했다. 설과 추석, 가정의 달(5월)에는 집을 찾아 추가로 50만 원씩을 더 건넸다. 3년 7개월 동안 후원에 동참한 사람만 450여 명. 후원액은 1900여만 원에 달했다.

권 양에게도 이젠 꿈이 생겼다. 사회복지사가 돼 해군이 자신에게 해준 것처럼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꿈이다. 권 양은 올해 창원문성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한다. 권 양은 “아무런 희망이 없을 때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수백 명이나 있다는 걸 알고 힘을 냈다”며 “나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평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군수사령부는 권 양에 이어 소년소녀가장 두 명도 장기 후원을 할 계획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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