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예로운 제복 ‘영예로운 나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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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MIU 수상자들 상금 기부… 한만욱 경위 “순직한 동료들 위해”
조장석 하사 “해군장병 자녀 지원”… 이광덕 경위-노석훈 소방장도 동참

“제복 입은 사람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큰 영예를 안았으니 상금은 순직한 동료들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동료들을 영원히 기억해주세요.”

제5회 영예로운 제복상을 받은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소속 한만욱 경위는 14일 상금 2000만 원을 기부하기로 한 배경을 이렇게 담담히 밝혔다. 한 경위는 “순직하신 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있었다”며 지난해 순직한 오진석 경감, 2011년 순직한 이청호 경사, 2008년 순직한 박경조 경위 유족에게 상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한 경위는 초임 순경 시절인 2000년 강원 속초시에서 오 경감을 만났다. 2005년에는 인천에서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오 경감은 2015년 8월 19일 새벽 인천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공기부양정을 타고 긴급 출동하다가 정박한 배와 충돌하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한 경위는 “오 선배님이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툭툭 해주셨던 말에 늘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멀미 나서 힘들지?” “너무 힘들 땐 일을 즐겨라”는 오 경감의 말이 한 경위에게 큰 힘이 됐던 것이다. 한 경위는 “총각 때 오 선배님이 ‘밥 잘 챙겨먹고 부모님한테 자주 연락드려라’라고 하셨는데 이제 저도 후배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청호 경사는 2011년 12월 12일 인천 옹진군 소청도 인근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했다. 한 경위는 “2012년 인천해경 전용부두에 설치된 이 선배님 흉상 제막식 때 아이들이 흉상의 볼을 만지고 형수님이 우두커니 서 있던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게 많았다”고 회고했다.

박경조 경위는 2008년 9월 25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에서 역시 불법 조업 단속 중 순직했다. 한 경위는 “박 선배님과 함께 근무한 경험은 없지만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다 돌아가셨기에 제가 받은 영광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해군 인천해역사령부 조장석 하사는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상금을 해군바다사랑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이 장학재단은 전사 또는 순직한 해군 장병의 자녀를 지원한다. 조 하사는 2010년 해군 중사였던 사촌형이 불의의 사고로 순직하면서 재단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군 장학생으로 대학을 다니고 입대했기에 국가와 해군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며 “대한민국 영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전우들의 자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하사는 평소에도 어린이들을 후원해왔다.

경기 성남중원경찰서 소속 이광덕 경위도 상금 1000만 원 전액을 경찰청에 기부했다. 이 경위도 조 하사처럼 평소 기부를 실천했다. 그는 “15년 전부터 월급을 조금씩 모아 기부해왔다. 구조활동 중 사고로 마비된 한쪽 다리를 치료하면서 공무집행 중에 다친 경찰 가족들에게 상금을 돌려드리기로 마음먹었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 서부소방서 노석훈 지방소방장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노 소방장의 아내 이민정 씨는 “소액이라도 어려운 경찰 가족을 위해 기부하겠다. 남편의 화상을 치료할 때 여러 도움을 받으면서 주위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우리도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박훈상 기자
#제복#영예#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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