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獨오케스트라와 평양공연 계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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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감독, 15년 지휘 ‘라디오프랑스’와 고별무대

12일 라디오프랑스와 고별 연주회를 연 정명훈 감독은 “음악은 맥도널드 햄버거처럼 많이 파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질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2일 라디오프랑스와 고별 연주회를 연 정명훈 감독은 “음악은 맥도널드 햄버거처럼 많이 파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질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당신들은 내게 천사였습니다. 음악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지난 15년은 특별했습니다.”

12일 저녁(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라디오프랑스 콘서트홀. 지휘자 정명훈이 15년간 음악감독을 맡아온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고별무대를 마치고 관객들 앞에 섰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지휘를 마친 그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인간관계와 음악, 그리고 한국”이라며 프랑스와 한국의 음악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티외 갈레 라디오프랑스 사장은 이날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올라와 “정 감독이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높였다”며 라디오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명예 음악감독(Directeur Musical Honore)’에 추대한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15일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음악비평가협회상인 ‘프랑코 아비아티 최고 음악평론가상’을 생애 두 번째로 받는다.

정 감독은 공연 전에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단원 140명으로 구성된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은 100% 국가 예산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음악감독이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관계는 친구들과의 우정,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라고 한다면 서울시향의 단원들은 내가 보살펴야 할 자식들처럼 여겨진다”며 “한국의 악단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키워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베네치아의 라페니체 극장에서 객원지휘자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또 11월 독일 최고(最古·1548년 창단) 역사를 가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평양에서 공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2년부터 이 악단의 수석 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는 정 감독은 “슈타츠카펠레가 11월 18, 19일 서울 공연을 마치고 평양에 갈 예정”이라며 “분단을 경험한 독일과 한국이 비슷한 점이 있으니 성사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남북한 음악 교류에 대해 “서울시향과 유럽에서의 모든 활동을 못 하는 한이 있더라도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겠다는 꿈만은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2012년 파리에서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의 합동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정 감독은 서울시향 박현정 전 대표의 사퇴 소동과 자신의 고액 연봉 논란에 대해 “서울시향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고 있느냐 하는 음악적 가치 평가에만 집중해 달라”고 했다.

“서울시향 사태가 터진 후에 프랑스 독일 영국 기자들은 물론이고 뉴욕타임스에서도 내게 인터뷰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참 재밌는 현상이더군요. 10년 전만 해도 서울시향에서 무슨 사태가 벌어져도 세계 음악계에서 아무런 관심이 없었을 텐데요. 그만큼 우리가 큰 발전을 이뤘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감독은 “악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는 데는 10년이 걸리지만 망치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특히 정치가 개입되면 끝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키우는 데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고맙다’ 하며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정명훈#라디오프랑스#고별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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