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는 네덜란드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을 5일 앞둔 지난달 20일 긴급 3국 관계 세미나를 열었다. 일정이 급하게 조율되는 바람에 센터 측은 한국에서 토론자를 데려올 수 없었다. 센터 측은 워싱턴에 와 있는 한국 학자들을 물색한 끝에 적임자를 찾아냈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 사무소장(43·정치학 박사·사진)이다. 우 소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무엇을 잘못해 왔는지, 한일 간의 문제가 왜 발생한 것인지를 패널 및 미국 청중에게 명쾌하게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는 연구원의 ‘1호 워싱턴 사무소장’으로 부임한 뒤 그가 현지 싱크탱크 무대에 데뷔한 자리이기도 했다. 2016년 중반까지 워싱턴에 머물며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관련 세미나와 행사를 조직하고 각종 미국 싱크탱크가 주최하는 세미나와 회의 등에 발제 및 토론자로 참여할 그는 이렇게 각오를 밝혔다.
“한일 관계는 물론이고 북한 문제, 한미 동맹과 원자력 협정을 비롯한 한미 관계 등 폭넓은 이슈에 대해 한국인들의 견해와 주장을 미국인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민간 외교관이자 대변인’의 역할을 하려 합니다.”
워싱턴에서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가 심심치 않게 열리지만 현지에 상주하는 한국인 전문가가 패널로 참여하는 일은 드물었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미국인들은 한국보다는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 발언했다. 다양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인의 정서를 제대로 전달해 줄 교포 학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한국에서 영어를 잘하는 전문가들이 비행기를 타고 왕래했지만 횟수도 적고 그나마 미리 잘 계획된 행사에 ‘출연’하듯 하곤 돌아갔다.
그런 점에서 우 박사가 밝힌 비전과 역할은 사뭇 새로운 것으로 평가된다. 워싱턴에 상주하는 한국인 전문가로서 각종 세미나의 발제와 토론 과정에 참여하면서 미국인들이 가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과 지식을 바로잡는 새로운 역할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워싱턴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청중으로 참석해 질문을 하며 얼굴을 알리고 있다.
우 박사는 “원래 안보 문제가 전공이지만 미국인들이 궁금해하는 다양한 한반도 이슈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보다 더 공부를 하고 있다”며 “특히 한일 관계와 북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일당백의 기개’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