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야구스타들 공포의 ‘야구 수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베이스볼 아카데미 코치 검정시험… 박경완 SK 2군 감독 등 17명 진땀
60점 못받은 6명 결국 내년 1월 재시험

박경완 프로야구 SK 퓨처스리그(2군) 감독(오른쪽 노란색 점퍼를 입은 이)을 비롯한 ‘베이스볼 아카데미 마스터코스’ 수강생들이 전태원 서울대 교수가 진행하는 ‘트레이닝 방법론’ 수업을 듣고 있다. 베이스볼 아카데미 제공
박경완 프로야구 SK 퓨처스리그(2군) 감독(오른쪽 노란색 점퍼를 입은 이)을 비롯한 ‘베이스볼 아카데미 마스터코스’ 수강생들이 전태원 서울대 교수가 진행하는 ‘트레이닝 방법론’ 수업을 듣고 있다. 베이스볼 아카데미 제공
“한국시리즈 때도 안 떨었는데 이건 떨린다.”

박경완 프로야구 SK 퓨처스리그(2군) 감독은 30일 서울대체육관에서 이렇게 말한 뒤 불만과 긴장이 섞인 표정으로 체육관 내 301호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 안에서는 전직 프로야구 선수 17명이 A4 용지에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을 외우고 또 외우면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내내 ‘베이스볼 아카데미 마스터코스 검정시험’을 치렀다. 내년 밥줄이 달린 시험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KBA), 서울대는 2010년 스포츠 과학 지식과 리더십 등을 두루 갖춘 지도자를 기르기로 뜻을 모으고 베이스볼 아카데미 문을 열었다. 올해부터는 자격기준을 강화해 프로야구 코치로 일하려면 ‘마스터코스’를 수강하고 검정시험을 통과하도록 의무화했다. 올해 수강생들은 2일부터 4주에 걸쳐 △야구사 △야구영양학 △야구경영전략 △야구규칙론 등 31개 과목을 120시간 동안 공부했다.

이광환 베이스볼 아카데미 원장(KBO 육성위원장)은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는 다들 온통 불만이었다. ‘몇십 년 동안 야구만 했는데 뭘 더 배우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쉽게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야구에도 이런 세계가 또 있었구나’ 하고 놀라는 수강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이날 △야구 영어 △경기수행과 스포츠 과학 △야구 경영 △코칭 등 네 개 영역 시험을 치렀다. 시험 문제는 “야구의 특성과 관계없는 내용은?”과 같이 야구 일반 상식을 다룬 것부터 “다음 중 효과적인 피드백을 위한 샌드위치 방법(칭찬-꾸중-칭찬 식으로 다른 요소를 가운데 끼워 실시하는 지도방법의 일종)의 순서로 알맞은 것은?”처럼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방법론을 묻는 유형까지 다양했다.

마지막 시험이 끝난 뒤 “야, 4번 답 뭐였냐”면서 앞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강생들 틈으로 다가온 넥센 정수성 코치는 “이번 수업을 들으면서 번트를 대면 득점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시험을 마친 수강생들은 불안한 미소를 띤 채 “재시험 날인 (1월) 4일에 보자”고 농담을 던지면서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네 과목 모두 60점 이상을 받지 못하면 재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6명이 재시험자 명단에 들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