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온 캔디 “11년 만의 새집 꿈 설레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전남 화순 이주여성 김윤희씨, 남편 잃고 삼남매 키우며 억척 생활
초록우산재단-이웃 도움으로 내집 마련

11일 전남 화순군의 한 낡은 한옥은 철거가 한창이었다. 이주여성 김윤희 씨(31·사진)는 이를 바라보면서 “11년 만에 새집을 갖게 됐다”며 웃었다. 그의 필리핀 이름은 캔디 구티에레스. 한국에서는 ‘똑순이’라고 불렸다. 마을이장 김연호 씨(55)는 “김 씨는 힘든 여건에도 열심히 사는 똑녀”라고 말했다.

김 씨는 2003년 스물네 살 연상인 남편을 만났고 듬직한 모습에 끌려 결혼했다. 시집온 한국은 낯설었다. “한국 남자들이 우유를 많이 마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우유가 아닌 막걸리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 씨의 남편은 술을 많이 마셨다. 만취한 남편은 ‘술을 달라’며 거칠게 요구하곤 했다. 폭행을 할 때도 있었다. 김 씨는 제조법을 배워 막걸리를 직접 빚기도 했다. 남편이 2009년 간암으로 앓아눕자 정성껏 병간호를 했지만 지난해 말 세상을 떴다. 그는 남편 대신 농장 일 등을 하며 생활비를 마련해 큰딸(11), 작은딸(9), 막내아들(7) 삼남매를 키웠다. 최근에는 요양사 자격 취득을 준비하며 틈틈이 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 필리핀에 있는 부모가 생각나서다.

김 씨와 삼남매의 집은 화장실, 욕실도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그나마도 그 집이 ‘이웃 소유’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사연을 접한 화순군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는 올 5월부터 김 씨 가족을 위해 모금운동을 펼쳤다. 이웃주민 등이 성금 4600만 원을 냈다.

이 성금으로 김 씨가 살고 있던 집을 사주고 원유민 JY아키텍츠 대표(33)가 새집을 지어주기로 했다. 이웃의 따듯한 정이 담긴 새집은 다음 달 완공될 예정이다. 김 씨는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새집 완공식 때는 외국 음식을 접하지 못한 이웃을 위해 필리핀 음식을 장만할 생각이다. 김 씨는 “우리 가족이 꿈을 갖고 살아갈 보금자리를 지어준 이웃이 정말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후원 문의 061-753-5129

화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김윤희#이주여성#초록우산 어린이재단#새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