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부장 “핑계 접고 달렸더니 마라톤 풀코스 100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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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국 삼성중공업 설계부장 ‘3년 9개월간의 도전’

김영국 삼성중공업 설계부장이 3월 17일 열린 ‘2013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 부장은 당시 3시간51분52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영국 씨 제공
김영국 삼성중공업 설계부장이 3월 17일 열린 ‘2013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 부장은 당시 3시간51분52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영국 씨 제공
“처음엔 다들 ‘그 나이와 그 몸에 무슨 마라톤이냐’는 시선 일색이었죠. 하지만 마음속에서 ‘핑계’를 하나씩 지워가는 순간 마라톤이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더라고요.”

잘하는 운동 하나 없던 배 나온 50대 직장인이 3년 9개월 만에 마라톤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다. 한 달에 2, 3회꼴로 마라톤 42.195km를 완주한 셈이다. ‘버킷 리스트’를 이뤄낸 주인공은 삼성중공업 해양설비 설계 전문가 김영국 설계부장(56).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 김 부장의 모습은 업무와 일상에 찌든 여느 50대 직장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1982년 입사 후 일에만 치여 살다 보니 회사를 벗어나서는 다른 사람과 나눌 얘깃거리조차 찾기 어려웠다. 운동은 할 새가 없었고 177cm 키에 체중은 90kg을 오르내렸다. 건강검진 결과에는 비만, 지방간,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훈장처럼 따라다녔다. 2008년 8월 스페인 출장에서는 탑승한 배 안에서 고열 등으로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져 의사로부터 ‘배에서 내려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평소에 몸을 혹사한 것이 집을 떠나자 몸의 이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김 부장은 이때 달리기를 시작했다. 2009년 2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대회에 나가 10km를 달린 것을 시작으로 그해 10월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2010년 5월경 회사 행사 도중 ‘인생에서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보라’는 말에 그는 불현듯 결심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100회 완주하자.’

주말 새벽이면 어김없이 전국 각지의 마라톤 대회를 찾아다녔다. 또 달린 날짜, 기록, 지역은 엑셀 파일로 정리하며 결과를 분석하고 전략을 짰다. 매달 250km에서 300km를 달리며 몸을 관리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풀코스를 달렸는데, 점차 익숙해지면서 최근 몇 달 동안에는 한 달에만 3회를 완주했다.

그는 결국 이달 부산에서 열린 태종대 국제마라톤을 완주해 100회를 채웠다. 그동안 최고 기록은 3시간 31분. 풀코스 마라톤과 별도로 한 번에 100km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과 산악 마라톤도 각각 3차례 완주했다. 체지방은 달리기와 함께 단단한 근육으로 변했다. 체중도 72kg으로 줄었다. 마라톤을 즐기며 알게 된 사람들은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다음 목표는 풀코스 200회 완주다.

김 부장은 어떤 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을 때 핑계를 댈 생각을 하지 말고 노력한다면 어떤 일이든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 앞 10m를 달릴 때도 핑계를 댄다면 몇 달 이상 안 뛸 수가 있지만 즐기기 시작하면 어떤 폭염이나 혹한이 와도 달리게 됩니다. 다른 일이나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안 하겠다는, 못 한다는 핑계를 찾지 말고 ‘이 일도 못 하면서 다른 무슨 일을 하겠느냐’는 마음으로 도전하면 길이 열릴 겁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마라톤#김영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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