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디자인으로 소비자 즐겁게 하는 쇼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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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 ‘푸드 캐피털’ 디자인한 카림 라시드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씨가 디자인한 서울 동대문 롯데피트인 ‘푸드 캐피털’ 전경. 라시드 씨 특유의 기하학적인 기호와 곡선이 미래적이면서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라시드 씨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대홍기획 제공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씨가 디자인한 서울 동대문 롯데피트인 ‘푸드 캐피털’ 전경. 라시드 씨 특유의 기하학적인 기호와 곡선이 미래적이면서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라시드 씨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대홍기획 제공
“동대문은 오래전에 노점에서 아내 선물을 산 경험이 있는 곳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푸드 캐피털’이 변화하는 동대문처럼 생동감 있고 활기찬 곳이 됐으면 합니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씨(사진)는 5월 서울 동대문에 들어선 롯데피트인에서 외식업체 아모제가 운영하는 푸드코트 ‘푸드 캐피털’을 디자인해 화제를 모았다. 아모제는 지난해 5월 대홍기획과 함께 새로운 푸드코트를 만들면서 라시드 씨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다.

라시드 씨는 최근 본보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푸드코트는 서로 다른 간판, 식탁, 의자가 여기저기 많아 혼란스럽다”며 “‘푸드 캐피털’은 쉽게 눈에 띄고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푸드 캐피털은 특유의 기하학적 무늬와 곡선, 원색적인 요소가 기존 푸드코트와 다른 모습이었다. 라시드 씨는 “사람들은 때때로 디자인을 너무 심각하게 다룬다. 디자인 개발은 진지해야 하지만 결과물은 소비자를 명랑하고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카드, 현대자동차, 한화그룹, 행남자기 등 한국 기업들과 가장 활발히 협업하는 디자이너로 꼽힌다. 라시드 씨는 “한국은 디지털 통신이 잘 발달한 나라이고, 나는 최대한 미래적이면서 디지털 시대가 우리를 에워싸는 듯한 디자인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잘 맞는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라시드 씨는 “이탈리아인들은 수정 작업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자세한 도면을 원하지만 한국인들은 먼저 디자인을 채택한 뒤 때때로 사전 동의 없이 디자인 작업을 변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물은 내 이름으로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에 서로 충분히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의 프로젝트는 늘 혁신적이고 환상적이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도전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더 있을까. 그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라고 답했다. 거대한 도시를 현혹시킬 만한 ‘전기 마차’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 뉴욕에 사는 라시드 씨는 하루에 10여 개 프로젝트의 디자인 작업을 한다. 그는 늘 40여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정도로 각국에서 의뢰한 작업을 수행하느라 1년의 절반은 해외에서 보낸다. 글로벌 기업들이 꾸준히 그를 찾는 이유가 뭘까.

“실제 성격이 외향적이에요. 스스로를 대중을 즐겁게 하는 ‘쇼맨(showman)’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로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세상을 바꾸고 싶거든요. 디자인은 단순한 물리적 작업을 떠나 철학과 비전을 대중과 소통하며 새로운 문화와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카림 라시드#동대문#푸드 캐피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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