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남아로 인정 받고 싶다” 이역만리서 늦깎이 자원입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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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영주권 방형석-태현 형제

해외 영주권자여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지만 대한남아로 당당히 인정받고 싶다며 자진입대한 ‘용감한 형제’ 방형석(오른쪽) 방태현 이병. 이들은 1998년 부모와 함께 아르헨티나로 이민 갔다. 국방부 제공
해외 영주권자여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지만 대한남아로 당당히 인정받고 싶다며 자진입대한 ‘용감한 형제’ 방형석(오른쪽) 방태현 이병. 이들은 1998년 부모와 함께 아르헨티나로 이민 갔다. 국방부 제공
“국방의 의무를 다해 대한남아로 떳떳하게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해외 영주권을 취득해 병역의무를 피할 수 있는 형제가 현역으로 자원입대했다. 그 주인공은 육군 53사단과 육군훈련소에서 각각 근무하는 방형석(30) 방태현(25) 이병이다. 이들은 1998년 부모와 함께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 현지에서 중고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다. 형인 방형석 이병은 음악 전문대학에 재학 중이던 2006년 병환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작은 의류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등 한때 가장 역할을 했다. 동생인 방태현 이병은 부에노스아이레스대 경영학과를 다니다 연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08년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지난해 말 졸업했다.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이들은 병역법에 따라 35세까지 병역을 연기하면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형제는 올 3월 충남 논산의 육군 훈련소에 동반 입대해 신병교육을 마치고 4월 말 자대배치를 받았다.

방 이병 형제는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 “오랜 외국생활을 통해 모국의 소중함과 내 몸 속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한민국 남자라면 (병역의무 이행은) 당연한 일”이라며 어깨를 두드려 준 아버지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부친인 방종석 씨(57)는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남미서부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입대했지만 두 형제는 빠르게 군 생활에 적응하며 모범병사로 인정받고 있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자신들보다 나이가 어린 동료 병사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인생 선배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53사단에서 인사행정병으로 근무하는 방형석 이병은 “군 생활을 통해 어떤 어려운 일도 부닥쳐 보자는 용기를 얻었고, 실패와 실수도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육군훈련소에서 분대장을 맡고 있는 방태현 이병은 “이달부터 훈련병들을 직접 가르치게 돼 무척 설렌다”며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하루하루가 뿌듯하고 보람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방형석#방태현#형제#자원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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