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겹눈 모방 ‘초광각 카메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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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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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민씨 주도 韓美中연구팀 세계 첫 개발

좁은 방에서 단체사진을 찍으려면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광각렌즈가 필수다. 그러나 이렇게 찍은 사진에도 문제는 있다. 끝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길쭉해지고 휘어지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카메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인 과학자가 이끌고 있는 국제 공동 연구진이 곤충의 눈을 모방해 넓은 각도의 영상을 왜곡 없이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한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재료공학과의 송영민 박사후 연구원(포스트닥터·사진)과 존 로저스 교수가 주도한 한국 미국 중국 공동연구진은 작은 눈이 겹겹이 모여 있는 곤충 눈의 원리와 모양을 응용한 초광각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 2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 한국에서는 경희대 정인화 기계공학과 교수, 중국에서는 루차오펑 저장(浙江)대 도시공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벌이나 파리, 개미 등 절지동물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사방을 관찰할 수 있다. 작은 홑눈이 수백∼수만 개씩 다발로 모인 겹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미지 센서가 달려 있는 지름 0.8mm짜리 초소형 렌즈를 개발해 홑눈의 기능을 하도록 했다. 고무판 위에 가로세로 16개씩 총 256개의 렌즈를 이어 붙여 1.5cm 크기의 ‘겹눈’을 만들었다. 초소형 렌즈는 ‘S’자 모양의 스프링으로 서로 연결했다. 이후 고무판을 볼록한 모양으로 만들었고 렌즈들은 곤충 눈과 비슷한 모양이 됐다.

사람의 시각은 50도에 불과하지만 이 카메라의 시각은 160도를 넘어 넓은 지역을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다. 가까이 있는 물체와 멀리 있는 물체를 동시에 선명하게 찍을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이 렌즈에 반도체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카메라로 상용화하면 당장 시중의 광각렌즈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카메라를 감시용으로 쓰면 움직이지 않고도 사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폐쇄회로(CC)TV에서 사각지대가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이나 군대에서도 다양한 목적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내시경에 적용해 몸속을 더 자세히 관측할 수 있고, 초소형 비행로봇에 달아 넓은 지역을 정찰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송 연구원은 “곤충이 겹눈을 통해 사물을 어떤 모습으로 보는지 실험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를 모방해 만든 렌즈와 카메라는 광학 분야가 발전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송영민#곤충#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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