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고향 황해도서 ‘전국∼노래자랑∼’이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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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년째 장수MC로… 광고모델로… 제2전성기 86세 ‘송해오빠’

‘전국노래자랑’ MC 송해는 애주가로 통한다. 그는 “난 술이 보약이다. 적절히 즐겁게 마시면서 열정적으로 일하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전국노래자랑’ MC 송해는 애주가로 통한다. 그는 “난 술이 보약이다. 적절히 즐겁게 마시면서 열정적으로 일하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그의 목소리는 여든여섯 살 노인의 그것이 아니었다.

혈색 좋은 얼굴로 쩌렁쩌렁하게 “세 살 아이부터 103세 할머니까지, 난 여전히 오빠”라고 말했다. 그런 송해 씨(본명 송복희)의 모습에서는 ‘철인’이 보였다.

1988년부터 KBS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모습도 떠올랐다. 송 씨는 최근 코미디언 이경규 씨가 제작을 맡은 영화 ‘전국노래자랑’에도 출연했다. 올해 상반기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도 송 씨는 사회자로 나온다.

송 씨는 광고 모델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IBK기업은행 광고에 출연해 ‘2012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최고 광고 모델상을 받았고, 최근 계약을 1년 연장했다. 3일 서울 낙원동 한국원로연예인상록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장동건 김연아까지 물리치고 86세에 최고 광고모델이 된 비결이 뭡니까.

“광고 속 제 멘트가 ‘기업이 살아나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아닙니까? 취업이 너무나 힘든 시대예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송해가 그런 말을 하니 광고효과가 컸던 것 같아요. 재래시장 활성화 홍보대사도 하려고 해요. 요즘은 서로 뺏으려고만 하는데 재래시장에서는 우리 인심이 나오잖아요. 도와야죠.”

―86세의 몸으로 그렇게 많은 일들을 감당할 수 있습니까.

“뭐든지 가슴에 담아두지 않습니다. 또 일을 생각해요. 사람이 왜 죽느냐 하면 심심해서 죽는다고 하잖아요? 물론 예전보다 방송 녹화가 만만치는 않아요. 한번도 방송 펑크를 낸 적이 없는데 지난해 한 번 냈어요. 힘들 때마다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평소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예전에 재계 인사들 모임에 들러리로 참석했어요. 어떤 사람이 뒤에서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제게 ‘대한민국 제일 부자가 오셨네’라고 하더군요. 현대 정주영 회장이었죠. ‘돈 좀 있다고 사람 무시하는 건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정 회장이 ‘사람 많이 알면 부자 아닙니까. 자동차 많이 만들어봤자 송 선생께서 현대차 나쁘다고 말하면 우린 망합니다’라며 웃더군요. 저는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수백, 수천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매일 배웁니다.”

―만난 사람들 중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있지요. (송 씨는 지난달 15일 당시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사실 방송인으로 누구를 지지하고 나서는 게 좀 그래요. 저 좋아하는 분 중에는 박근혜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한번 정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었죠. 예전 모습도 생각났어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소복을 입고 있는데, 얼마나 상심이 큰지 소매 밖으로 나온 손가락이 50cm 정도 길게 늘어져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박 당선인이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소통하면 송 선생님 아닙니까?

“소통을 잘하려면 바라지 말고 먼저 다가가야 해요. 여기 사무소에서 종로3가 큰길까지 나가볼까요? 대략 30명과는 악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지만 다가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면 제가 먼저 인사하고 악수를 권해요.”

―아직도 할일이 많이 남았습니까.

“전국노래자랑 후임자들이 줄 서 있어요(웃음). 뽀빠이(이상용)가 대놓고 ‘딴사람 주면 큰일 난다’고 합니다. 근데 저 방송 계속할 거예요. 나이는 그냥 숫자예요. 저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도 있어요. 고향 황해도 재령에서 ‘전국∼ 노래자랑∼’을 한번 외쳐야 합니다. 요맘때면 은빛 붕어가 한창 통통할 텐데….”

[채널A 영상] 송해 “전국노래자랑 후임자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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