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푹자게 만드는 뇌파 확인… 불면증 치료 실마리 찾았다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초과학硏 신희섭 단장팀 ‘수면방추’ 인위적 조종 성공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이리저리 뒤척거리며 꼬박 밤을 새우는 수면장애는 사회적으로 스트레스가 늘어나면서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불면증으로 알려진 이 질환을 앓는 사람은 국민 5명 중 1명에 이른다. 문제는 수면장애가 계속될 경우 면역기능 이상은 물론 자율신경계에도 문제가 생겨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정신질환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국내 연구진이 불면증을 없앨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 신희섭 단장(사진)팀은 동물의 뇌 속에서 잠을 푹 자게 만드는 뇌파인 수면방추를 인위적으로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수면방추는 불면증 환자일수록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그 효과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든 실험용 쥐의 뇌에 빛을 직접 쪼일 수 있도록 ‘광섬유’를 이식했다. 그 다음 ‘시상망상핵’이란 뇌 속 신경세포에 수면방추와 같은 진동수인 8Hz(헤르츠)의 빛을 쬐어 주었다. 그 결과 뇌파가 안정되면서 쥐의 수면방추와 수면 시간이 함께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수면방추가 늘어나도록 조작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더 숙면을 취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일명 ‘우유주사’ 같은 마취제를 쓰지 않고도 뇌파 조절만으로 숙면에 들게 하는 효과를 내는 셈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람의 수면장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 단장은 “수면방추 감소가 수면장애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연구”라며 “뇌와 수면 뇌파의 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불면증 치료#신희섭 단장팀#수면방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