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케이팝 전도사 “교포 소년들에 꿈 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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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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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실용음악 명문대 MI 첫 한국인 학장 윤지영씨 방한

윤지영 MI 학장은 대한민국 작곡상을 받은 원로 작곡가 고 윤양석 전 숙명여대 교수의 맏딸이다. 윤 학장은 “학생들을 가르칠수록 음악 듣는 귀가 좋아진다. 학장실로 물러나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윤지영 MI 학장은 대한민국 작곡상을 받은 원로 작곡가 고 윤양석 전 숙명여대 교수의 맏딸이다. 윤 학장은 “학생들을 가르칠수록 음악 듣는 귀가 좋아진다. 학장실로 물러나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할리우드의 뮤지션스 인스티튜트(MI)는 동부 보스턴의 버클리음대와 함께 미국 양대 실용음악 대학으로 꼽힌다. 이 학교가 지난해 12월 한국인을 제2대 학장으로 선출했다. 한국인 윤지영 씨(44)다. 여성 학장도, 동양인 학장도 처음이다. 현지 한인사회나 대중음악계에서는 큰 이슈였지만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MI는 폴 길버트(미스터 빅), 채드 스미스(레드 핫 칠리 페퍼스), 프랭크 갬벌(리턴 투 포에버) 같은 명연주자를 배출한, 연주자들의 ‘꿈의 학교’다. 3년제 학사와 1.5년제 전문학사 과정을 뒀다.

최근 방한한 윤 학장을 3일 서울 서교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취임과 함께 ‘케이팝(K-pop) 라이브 연주 워크숍’ 강좌를 학교에 개설했다. 이 학교에 장르나 악기 파트가 아닌, 국가나 대륙의 이름을 내건 워크숍이 생긴 것은 ‘브라질리언’과 ‘아프로큐반’에 이어 세 번째다. 3월부터 한 번에 두 곡씩, 한 학기에 18곡의 가요를 선정해 드럼, 베이스, 기타, 건반으로 따라 연주하는 수업을 열었다. 학생 수가 20명에 그치는 다른 워크숍과 달리 30∼40명씩 청강생이 몰리는 ‘케이팝 워크숍’은 지난달 결국 학교에서 ‘사건’을 만들었다. 에일리의 ‘헤븐’과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다뤘는데 이를 들으려는 학생이 120명 넘게 몰려 복도까지 북새통을 이룬 것.

윤 학장은 “R&B를 전공하는 흑인부터 록을 하는 백인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케이팝에 관심을 갖고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워크숍 지도교수진에도 각 분야 정상급 연주자를 뒀다. “케이팝에는 비트가 강해야 한다고 보고 유명한 헤비메탈 드러머를 드럼 교수로 앉혔죠.” 보컬 파트는 한국 R&B 가수 앤이 맡았다.

케이팝 워크숍이 현지 음악계에 알려지자 알음알음 음반사들도 접촉을 해오기 시작했다. “미국 음반사들이 6월부터 케이팝 스타일의 곡 제작을 워크숍에 의뢰하고 있어요. 케이팝의 가능성을 보고 한국기획사와의 협업이나 자체 제작 콘텐츠 확보를 노린 시도죠.”

윤 학장은 케이팝 워크숍을 ‘케이팝 학과’로까지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학교 이사진도 케이팝과 ‘강남스타일’ 신드롬 이후 힘을 실어주고 있다”면서 “싸이가 이렇게 잘해줄 줄, 도와줄 줄 몰랐다”고 했다.

이번 방한에서 윤 학장은 작곡가 김형석 씨가 운영하는 서울의 실용음악학원 케이노트와 개교 이래 첫 독점 협약을 맺었다. 학점을 선이수하고 소정의 시험을 통과하면 할리우드의 MI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 협약이다. 이르면 내년 가을부터 ‘케이팝 인재’들이 할리우드로 날아간다.

윤 학장이 밀어붙이는 ‘케이팝 프로젝트’는 세계 대중문화 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의 어두운 그림자도 배경이 되고 있다. “할리우드는 세계에서 가장 ‘핫’한 곳이지만 동시에 어려운 아이들도 많은 곳이에요. 가난한 코리아타운 가정의 자녀들에게 꿈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들이 자부심을 갖고 케이팝과 관련된 직업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해요.”

그는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작곡을 공부한 클래식 학도. 살아 숨쉬는 음악교육을 꿈꾸며 2005년 MI 교수가 됐다.

“최고의 연주자를 키워내는 것은 기본이죠. 이제는 학생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할리우드#케이팝#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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