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예작가 6인, 美 만화계 마음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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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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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코믹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이 지난달 미국 현지 K-스튜디오에 모였다. 왼쪽부터 윤중근 김락희 이인혁 작가, 격려차 현지를 방문한 이현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 장혜미 이찬혁 최준혁 작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K-코믹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이 지난달 미국 현지 K-스튜디오에 모였다. 왼쪽부터 윤중근 김락희 이인혁 작가, 격려차 현지를 방문한 이현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 장혜미 이찬혁 최준혁 작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다섯 사람이 할 일을 혼자 다하는 한국인의 끈기와, 동서양의 이미지를 조합한 그림체에 미국 회사들이 반했죠.”

한국의 ‘그래픽 노블’(소설처럼 길고 복잡한 스토리라인과 구성을 지닌 만화책)을 이끌어갈 신예 작가들이 입을 모았다.

최준혁 작가(32)를 비롯한 작가 6명은 미국 그래픽 노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K-스튜디오’를 차리고 여섯 달간의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8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기획한 ‘K-코믹스 글로벌 공동창작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그래픽 노블은 미국 마블코믹스의 ‘스파이더맨’ ‘엑스맨’ ‘헐크’, DC코믹스의 ‘슈퍼맨’ ‘배트맨’ 등으로 대표된다. 원작뿐만 아니라 영화화 등을 통해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개념 자체가 얼마간 생소한 만큼 저변이 넓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K-스튜디오에 둥지를 튼 작가들은 100여 일이 지난 현재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장혜미 작가(24·여)는 세계적인 호러물 ‘헬레이저’의 1권 작화 작업에 참여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스토리보드에서 최종 원고까지 책임지는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렸고 2권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만화가들이 단순 채색 작업이나 스케치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장 작가는 “처음에는 미국 시장에 녹아들기 위한 미국식 만화로 발돋움을 시작하겠지만 그 뒤엔 나만의 이야기와 한국인의 마음에도 호소할 수 있는 창작만화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명 그래픽 노블 회사와 손잡고 작업하는 작가도 생겼다. 마블코믹스는 윤중근 작가(28)와 김락희 작가(28)에게 표지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벌린 스튜디오’ 출판사는 이찬혁 작가(27)에게 만화 ‘The Abnormal’의 3차원(3D) 페인팅을 맡겼다. 세계적인 게임 콘셉트아티스트로 꼽히는 캉 리는 이인혁 작가(27)의 홈페이지와 포트폴리오를 본 뒤 게임 ‘Hwaken’의 그래픽노블 아티스트 역할을 제안했다.

이처럼 미국 회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것은 한국인 매니저와 미국 현지 출판 관계자가 6명의 포트폴리오를 들고 직접 뛰어다닌 덕분이다. 이인혁 작가는 “내 그림으로 내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그래픽 노블에 대한 꿈을 키워 왔다”며 “‘마블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현재 마블의 그래픽노블 테스트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유의 끈기와 책임감으로 단시간 내에 혼자 ‘풀 페인팅’(만화의 올 컬러 작업)이 가능한 것을 한국 작가들의 강점으로 꼽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필, 잉크, 컬러, 원고, 표지 작업이 모두 분화돼 있다. 이현세 만화가 겸 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은 “히어로물 일색인 미국에서 동양적 그림과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작가들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후배 작가들이 미국에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만화#한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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