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터는 마음의 병 치료하는 의사” 의사출신 애니메이터 김재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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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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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개봉 ‘메리다와…’ 제작 참여

의사 대신 애니메이터의 길을 선택한 김재형 씨는 “애니메이션이 좋아 의학을 포기했지만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치료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의사 대신 애니메이터의 길을 선택한 김재형 씨는 “애니메이션이 좋아 의학을 포기했지만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치료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국에서 명문대 의대를 나와 레지던트로 일하던 젊은이가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애니메이터가 됐다. ‘라따뚜이’ ‘업’ ‘토이스토리3’ 등에 그의 손길이 들어갔다.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 2012)’ 참석차 고국을 찾은 김재형 씨(39)를 22일 서울 중구 예장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그는 연세대 의대 본과 1학년을 마친 뒤 3차원(3D)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싶어 1년간 휴학했다. 쉬는 기간에 학원을 다니며 그래픽 디자인을 배웠다.

애니메이션과는 결이 달랐지만 미술동아리의 전시회 홍보 책자를 만들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다시 의대로 돌아와 공부하면서도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비뇨기과 레지던트 1년차였던 그는 결국 병원을 떠나 유학길에 올랐다.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에 들어가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졸업 후 1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인턴으로 픽사에 취업했다. ‘라따뚜이’를 작업하던 그는 인턴 기간 만료를 앞두고 게임업체 블리자드로 들어가 ‘스타크래프트 2’의 영상을 만드는 데도 참여했다.

“블리자드는 다방면에 경험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 많고, 픽사는 엄청난 경력과 연차의 소유자들이 꾸려가는 회사입니다. 둘 중 어느 곳에서 일을 할지 결정할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결국 규모도 크고 등만 돌리면 바로 실전을 배울 수 있을 만큼 스승이 많은 픽사를 선택했죠.” 픽사로 돌아온 그는 ‘업’ ‘토이스토리3’에 이어 9월 개봉 예정인 ‘메리다와 마법의 숲’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다. 지금은 내년 여름 개봉할 예정인 ‘몬스터 대학교’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토이스토리3’를 보고 어른들이 눈물을 흘리고, 나이든 관객들이 ‘업’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 않습니까?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지만 애니메이터도 알게 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유해 줄 수 있다는 데 자부심과 만족을 느낍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픽사#김재형#애니메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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