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보안’ 깨진 잡스 자서전… 그는 癌선고 받고 심령술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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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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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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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발매 앞두고 AP-NYT 통해 내용 유출

애플의 공동창업주인 고 스티브 잡스 자서전의 내용이 공개됐다. 24일 미국에서 공식 발매되는 잡스의 자서전 ‘스티브 잡스’는 그의 사생활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내용이 비밀에 부쳐졌으나 미국의 일부 언론이 사전에 입수해 내용을 공개한 것. ‘철통 보안’의 신화가 일부 깨진 셈이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는 20일 사전 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고 자서전의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총 630쪽 분량의 자서전은 타임 전 편집장인 월터 아이작슨이 잡스와 40여 회의 인터뷰를 한 뒤 저술한 것으로 당초 ‘아이스티브(iSteve)’라는 제목으로 내년 3월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잡스의 사망을 계기로 앞당겨졌다.

투병=“내 몸에 칼을 대고 싶지 않다. 다른 방식으로 치료하겠다.”

자서전에 따르면 잡스는 췌장암 선고를 받은 후 대안치료를 고집해 수술을 9개월 동안 지연시켰으며 나중에 자신의 그 같은 결정을 후회했다. 그는 2003년 10월 췌장암 진단을 받았지만 곧바로 수술을 하지 않고 인터넷을 뒤져 채식 다이어트, 침 등에 의존했으며 심지어 심령술사까지 동원했다.

잡스가 대안치료를 고집하자 가족은 물론이고 그의 멘토이자 전립샘암을 극복한 앤디 그로브 전 인텔 회장조자 그에게 “미쳤다”며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도록 설득했다. 잡스는 결국 2004년 7월 수술대에 올랐다. 암 진단에서 수술을 받기까지 9개월여 동안 자신의 상태를 애플 직원과 주주들에게 숨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의학계에선 그가 9개월 일찍 수술을 받았다면 암을 극복하고 목숨을 건졌을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맞서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잡스는 일단 수술과 현대의학을 통해 치료받기로 결정한 후에는 관련 서적을 독파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했으며 치료법에 대한 결정도 항상 스스로 내렸다.

○ “안드로이드는 중절도죄”=잡스는 최근 수년 동안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을 베꼈다며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만든 구글에 분노를 느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월 HTC가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자 “중(重)절도죄에 해당한다” “죽어가는 내 마지막 숨결과 애플의 400억 달러 재산을 모두 쏟아 부어서라도 이 상황을 바꿔놓고야 말겠다” “안드로이드를 부숴 버리겠다. 핵전쟁이라도 할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잡스는 구글과의 소송을 해결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에릭 슈밋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는 “나는 당신의 돈을 원치 않는다. 50억 달러를 주겠다고 해도 필요 없다. 나는 돈이 많다. 안드로이드에서 우리(애플)의 아이디어 사용을 중단한다면 그게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BBC방송은 현재 삼성이 잡스의 분노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모토로라가 애플의 첫 타깃 중 하나였다고 보도했다.

개인 생활=실리콘밸리의 한 가정에 입양된 잡스는 1980년대 실리콘밸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 씨를 수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그가 자신의 아버지인지 몰랐으며 생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자서전은 또 잡스가 어린 시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으며 눈을 깜빡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계속 쳐다보는 등 기이한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13세 때 ‘라이프’ 잡지에서 굶주린 아이 사진을 본 후 교회에 가지 않았으며 이후로 계속 선(禪) 사상을 공부하고 인도를 방문하는 등 불교에 심취했다.

잡스는 연애할 때 한번 좋아하면 심하게 빠지는 스타일로 1980년대 중반 티나 레드세라는 여성 컴퓨터 컨설턴트와 사랑에 빠져 청혼했지만 거절당했다. 레드세는 친구들에게 “그의 성격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현 부인인 로렌 파월 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한 잡스는 1990년 초 한 번 청혼을 하더니 다시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며 화가 난 파월 씨가 집을 나가 버리자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찾아가 다시 청혼했다.

잡스는 종종 집에 사업 고객을 초대했다. 보수적 성향의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을 2번 초청했는데 잡스는 진보적 시각을 가진 부인 파월이 머독 앞에 칼을 들고 나타날까봐 칼을 숨겼다고 아이작슨에게 농담처럼 얘기했다.

올봄부터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 잡스는 5월에 자신의 오랜 라이벌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집으로 불러 만났으며 둘은 행복한 표정으로 몇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그는 또 최근 HP가 애플과의 태블릿PC 경쟁을 포기한다고 하자 “HP 창업자들은 좋은 회사를 만들었는데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이 회사를 망쳤다. 애플은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라면서 자신의 사후 애플의 미래를 걱정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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