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국회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비행기로 10시간 정도 떨어진 동유럽 발트3국의 하나인 리투아니아에서도 대통령 탄핵이 추진됐다. 당시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롤란다스 팍사스(54). 노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했지만 팍사스 대통령은 헌재와 의회가 모두 탄핵 결정을 내려 같은 해 4월 권좌에서 물러나야 했다.
팍사스 전 대통령이 25일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자격은 아니다. 다음 달에 개막하는 경기국제항공전에서 화려한 곡예비행을 선보일 다국적 에어쇼팀의 일원으로 왔다.
26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 경기국제항공전 사무국에서 만난 팍사스 전 대통령은 7년 전 탄핵 당시 외신에 보도된 사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날카로운 눈매와 굳게 다문 입술이 전형적인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첫 한국 방문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입국한 지 하루밖에 안 돼 자세히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매우 친절한 것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팍사스 전 대통령의 곡예비행팀 ‘글로벌에어쇼’는 영국과 리투아니아 출신 조종사 및 정비사 6명으로 구성됐다.
그는 조종 경력 38년으로 팀의 리더다. 러시아제 야크50(Yak-50)을 즐겨 탄다. 2003년 대통령선거 때에는 비행기를 조종하며 선거운동을 벌여 화제가 됐다. 지금도 정당인으로 정치활동을 계속하고 있지만 기회만 되면 해외 에어쇼에 참가해 곡예비행을 즐긴다. 위험을 감수하고 비행기 조종을 계속 즐기는 이유를 묻자 팍사스 전 대통령은 “준비만 철저히 하면 가장 안전한 스포츠 중의 하나”라며 “이번 항공전에 많은 한국인이 찾아 우리 팀의 비행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4년 비슷한 시기에 탄핵이 추진됐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묻자 “솔직히 한국의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그는 “이번 방문은 정치인으로 온 것이 아니고 비행기 조종사로 온 것이어서 과거 (탄핵 당시의) 얘기나 정치활동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팍사스 전 대통령이 곡예비행을 선보일 경기국제항공전은 다음 달 5∼10일 안산시 상록구 사동 일대에서 열린다. 경기도가 주최하는 이번 항공전에서는 한국 공군 블랙이글스와 미 7공군 등이 참여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에어쇼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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