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쇼 팀장은 전직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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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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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5~10일 안산서 곡예비행 선보일 리투아니아팀

2004년 탄핵된 롤란다스 팍사스 전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다음 달 5일 경기 안산시에서 열리는 경기국제항공전에 에어쇼
조종사로 참가하기 위해 25일 한국을 찾았다. 사진은 팍사스 전 대통령이 해외에서 비행기 조종에 나선 모습. 경기도 제공
2004년 탄핵된 롤란다스 팍사스 전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다음 달 5일 경기 안산시에서 열리는 경기국제항공전에 에어쇼 조종사로 참가하기 위해 25일 한국을 찾았다. 사진은 팍사스 전 대통령이 해외에서 비행기 조종에 나선 모습. 경기도 제공
2004년 3월 국회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비행기로 10시간 정도 떨어진 동유럽 발트3국의 하나인 리투아니아에서도 대통령 탄핵이 추진됐다. 당시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롤란다스 팍사스(54). 노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했지만 팍사스 대통령은 헌재와 의회가 모두 탄핵 결정을 내려 같은 해 4월 권좌에서 물러나야 했다.

팍사스 전 대통령이 25일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자격은 아니다. 다음 달에 개막하는 경기국제항공전에서 화려한 곡예비행을 선보일 다국적 에어쇼팀의 일원으로 왔다.

26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 경기국제항공전 사무국에서 만난 팍사스 전 대통령은 7년 전 탄핵 당시 외신에 보도된 사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날카로운 눈매와 굳게 다문 입술이 전형적인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첫 한국 방문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입국한 지 하루밖에 안 돼 자세히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매우 친절한 것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팍사스 전 대통령의 곡예비행팀 ‘글로벌에어쇼’는 영국과 리투아니아 출신 조종사 및 정비사 6명으로 구성됐다.

그는 조종 경력 38년으로 팀의 리더다. 러시아제 야크50(Yak-50)을 즐겨 탄다. 2003년 대통령선거 때에는 비행기를 조종하며 선거운동을 벌여 화제가 됐다. 지금도 정당인으로 정치활동을 계속하고 있지만 기회만 되면 해외 에어쇼에 참가해 곡예비행을 즐긴다. 위험을 감수하고 비행기 조종을 계속 즐기는 이유를 묻자 팍사스 전 대통령은 “준비만 철저히 하면 가장 안전한 스포츠 중의 하나”라며 “이번 항공전에 많은 한국인이 찾아 우리 팀의 비행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4년 비슷한 시기에 탄핵이 추진됐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묻자 “솔직히 한국의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그는 “이번 방문은 정치인으로 온 것이 아니고 비행기 조종사로 온 것이어서 과거 (탄핵 당시의) 얘기나 정치활동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팍사스 전 대통령이 곡예비행을 선보일 경기국제항공전은 다음 달 5∼10일 안산시 상록구 사동 일대에서 열린다. 경기도가 주최하는 이번 항공전에서는 한국 공군 블랙이글스와 미 7공군 등이 참여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에어쇼를 펼친다.

안산=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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