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줄리엣 강효정, 수석무용수로 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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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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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연작품서 이례적 영예

2009년 서울에서 열린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강효정 씨(왼쪽)가 알렉산더 존스 씨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중 2인무를 추고 있다.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제공
2009년 서울에서 열린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강효정 씨(왼쪽)가 알렉산더 존스 씨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중 2인무를 추고 있다.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제공
박수는 그칠 줄을 몰랐다.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뒤섞였다. 인사를 하고 또 해도 관객들은 멈추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열두 번째 커튼콜에서도 박수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리드 앤더슨 예술감독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 위로 뛰어올라갔다. 그는 관객들을 향해 외쳤다.

“이제 집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로미오 역 알렉산더 존스를 수석무용수로 승급시키겠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줄리엣이 탄생했다. 강효정이란 한국 출신의 무용수다. 이렇게 훌륭한 공연을 보여준 무용수를 수석무용수로 승급시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발레단에 입단한 지 8년, 단역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이 단번에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20일 오후(현지 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 무대. 발레리나 강효정 씨(25)는 이렇게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로 깜짝 승급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끝난 뒤 일어난 일이다.

해외 유수 발레단에서 한국 발레리나가 수석무용수가 된 것은 같은 발레단의 강수진 씨, 네덜란드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던 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씨 이후 처음이다. 이날 현지에서 공연을 관람한 건축가 이창섭 씨는 “강 씨의 춤을 보며 울부짖는 이들도 있었다. 예술감독의 발표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더욱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주역 데뷔 첫 공연에서 바로 수석무용수로 승급하는 것은 파격이다. 보통 솔리스트급에서 주역을 여러 차례 맡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무용수만이 수석무용수로 승급할 수 있다. 강 씨는 이날 공연을 마친 뒤 “오늘 공연 전 무대 위의 에너지가 남달랐다. 동료들의 성원도 큰 힘이 됐다. 아침에 강수진 선생님이 초콜릿을 선물하며 잘하라고 격려해 주셨다. 잠을 못 이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씨는 존스 씨와 함께 23일 다시 한 번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다. 20일 공연은 3주 전에 전석 매진됐으며 23일 공연 역시 대부분 좌석이 판매된 상태다.

강 씨는 선화예술학교 재학 중이던 1998년 미국 워싱턴의 키로프발레아카데미에 진학해 2002년 졸업했다. 같은 해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입상했으며 이후 슈투트가르트 소재 존 크랑코 스쿨에 입학해 2004년에 졸업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는 2003년 연수단원으로 입단했다. 2008년 ‘숲 속의 잠자는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 역을 대역으로 소화하며 주목받았다. 강 씨는 6월 29, 30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고국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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