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감독 ‘외규장각 도서 145년만의 귀환’ 비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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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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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랑 각별했던 자크 랑 前장관… 미테랑-사르코지에 수차례 반환 직언”

“제가 먼저 인터뷰를 하자고 요청한 것은 처음인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하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감독(사진)은 15일 오전 기자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실 소파에 앉히자마자 숨 가쁘게 말을 이어갔다. 음반이나 공연 얘기가 아니라 전날 일부 반환된 외규장각 도서 얘기였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는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장관의 힘이 컸어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1993년 한-프랑스 정상 간 합의를 했을 때도 프랑스 내 반발이 많았지요. 그때 반환을 강력히 주장한 주인공이 랑 전 장관입니다.”

정 감독은 1989∼94년 프랑스 국립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이때 그를 초빙한 사람이 랑 전 장관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밀접한 친분을 쌓았다.

“예전부터 외규장각 도서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랑 전 장관은 미테랑 전 대통령에게 ‘일단 빌려주기라도 하자’고 직언을 해 결국 미테랑 대통령이 1993년 한 권(휘경원원소도감의궤)을 한국에 가져올 수 있었어요. 이후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도서와 관련한 일들은 잊혀졌지만 랑 전 장관은 꾸준히 반환 노력을 해왔죠.”

정 감독은 자신도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2년 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오페라 공연을 할 때 랑 전 장관을 우연히 만나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랑 전 장관은 지난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나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직언을 했다. 정 감독 자신도 지난해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직접 “외규장각 도서는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편지를 썼고, “지금 잘되고 있다”는 답장을 받았다고 그는 밝혔다.

정 감독은 마침내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이 시작된 것에 대해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빌려주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죠. 프랑스가 갖고 있는 산더미 같은 (다른 나라의) 유물의 전례가 될 수도 있고요. 일부에서는 대여 형식을 문제 삼지만 한번 들어온 것이 다시 나가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프랑스인인 랑 전 장관이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왜 적극적일까. 정 감독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그는 외규장각 도서가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한국에 호의적인 시각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정 감독은 “외규장각 도서가 모두 반환될 때쯤에 정부 차원에서 랑 전 장관을 초청해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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