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사법연수원장(왼쪽)과 부인 정선자 씨가 2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에서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를 대비
해 달리기를 하고 있다. 고양=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마라톤은 젊은이보다 중년에게 더 적합한 운동입니다. 속도는 떨어질 수 있어도 집중력과 지구력이 훨씬 강하니까요.”
2일 오전 8시 반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 김이수 사법연수원장(58·사법시험 19회)과 부인 정선자 씨(57)가 시원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조깅코스를 나란히 뛰고 있었다. 요즘 김 원장 부부는 18일 열리는 보스턴마라톤대회 일반부문 출전을 앞두고 매일 이렇게 몸을 만들고 있다.
‘마라톤 부부’로 유명한 김 원장 부부는 각각 14번, 7번씩 풀코스 완주 경험이 있는 베테랑. 마라톤 입문은 부인인 정 씨가 먼저 했다. 2001년부터 운동 삼아 달리기를 시작한 정 씨는 2002년 하프마라톤을 완주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처음엔 “힘든 운동을 왜 하느냐”며 부정적이던 김 원장도 부인의 성공에 자극받아 도전에 나섰고 같은 해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며 부인의 뒤를 이었다.
“아내는 마라톤에 적합한 몸을 타고났어요. 뛰는 폼도 저보다 훨씬 안정돼 있죠.”
김 원장은 정 씨를 치켜세우며 이같이 말했다. 마라톤에 푹 빠진 부부는 서로의 코치이자 경쟁자다. 풀코스 완주 역시 정 씨가 한발 앞섰다. 2004년 10월 국내 한 마라톤대회에서 4시간26분의 기록으로 처음 풀코스를 완주했다. 근육경련으로 고생하던 김 원장도 같은 해 11월 5시간5분26초의 기록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때부터 부부는 동아마라톤 등의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며 기록을 단축해 나갔다. 김 원장은 지난달 동아마라톤에 출전해 3시간40분45초로 결승선에 들어왔다. 부부의 최고 기록은 김 원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세운 3시간39분29초, 정 씨는 2009년 11월 세운 3시간44분25초다.
시카고 뉴욕 런던 베를린 대회와 함께 세계 5대 마라톤대회로 꼽히는 보스턴 대회는 일반부문 출전자들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김 원장 부부가 출전하는 50대 후반 부문은 남성의 경우 3시간45분59초, 여성은 4시간15분59초 이하의 공인기록을 보유하고 있어야 출전이 가능하다.
올해 보스턴마라톤대회에는 총 2만7000여 명이 출전한다. 해외 출전 인원으로 배정된 것은 2000명이고 한국인은 재미교포를 포함해 150명이 출전할 예정이다.
“달리는 데만 집중하면 머리를 비울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집니다.” 부부는 마라톤과 ‘늦바람’에 빠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원장 부부는 “부부가 같은 취미를 즐기는 것도 좋은 일인데 보스턴 대회까지 출전하게 돼 영광”이라며 “기록에 집착하기보다는 몸을 잘 만들어서 꼭 완주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