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들이 모은 기금, 제자들에 희망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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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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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11명… 8년간 모은 ‘청출어람 펀드’
1억187만여원 학교에 전달

동국대 사범대 고진호 학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청출어람 펀드’를 조성한 이 학교
사범대 교수들이 15일 총장실을 찾아 김희옥 총장(왼쪽에서 세 번째)에게 8년간 모은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동국대 제공
동국대 사범대 고진호 학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청출어람 펀드’를 조성한 이 학교 사범대 교수들이 15일 총장실을 찾아 김희옥 총장(왼쪽에서 세 번째)에게 8년간 모은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동국대 제공
“가난 때문에 꿈을 접는 청춘들을 볼 때면 매번 가슴이 아팠습니다. 스승들의 따뜻한 마음을 모은 이 기금이 말라가는 제자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동국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11명과 동문들이 16일 후학 양성에 써 달라며 2003년부터 8년간 모은 ‘청출어람 펀드’ 1억187만7000원을 학교에 전달했다.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게 된 계기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2003년 봄 무렵 동국대 사범대학장 고진호 교수(54)는 한 여학생의 사연을 듣고 코끝이 찡했다. 이 학생은 부모님이 병석에 누워 있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시원 쪽방에서 생활했지만 학점은 4.0을 넘었다. 그럼에도 성적 장학금을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고 고 교수는 마음이 아팠다.

고 교수는 교육학과 교수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안타까움을 털어놓았고 다른 교수들도 저마다의 경험을 떠올리며 장학금을 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외부 강연료나 논문 수당 등으로 생긴 수입에서 10%씩을 모아 펀드로 적립하기로 했고 스승보다 나은 제자가 되라는 뜻에서 기금의 이름을 ‘청출어람 펀드’로 지었다.

펀드가 정착되면서 매년 800만 원에서 1000만 원의 기금이 모였다. 이를 알게 된 동문들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2006년 동국대 교육학과 3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대학원 동문들이 즉석에서 1000만 원을 기부했다. 배우 하희라 씨 등 학부 동문들도 1750만 원을 기탁했다. 이렇게 모아진 돈이 올해 3월 1억 원을 돌파했다. 동국대는 이 기금을 가정형편이 어렵고 품행이 단정한 교육학과 학생 중 매년 2명을 선발해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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