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축구동호회 ‘FNK’ 정식 팀 등록후 첫 공식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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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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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이름에 우리의 염원 담았죠”

6일 오후 서울 강북구 구민운동장에서 북한이탈주민들로 구성된 축구팀 ‘FNK’ 회원들(왼쪽)이 강북구축구연합회 임원들과 경기를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6일 오후 서울 강북구 구민운동장에서 북한이탈주민들로 구성된 축구팀 ‘FNK’ 회원들(왼쪽)이 강북구축구연합회 임원들과 경기를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북한에서는 이런 좋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요.”

“해외 대회에서 경기에 지고 오면 벌칙으로 감자밭에 가서 감자를 캐야 하는 북녘 축구선수들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아프기도 합니다.”

6일 낮 12시 40분경 서울 강북구 구민운동장에서 축구화 끈을 매고 있던 탈북자 최창수 씨(22)의 얼굴에는 연방 웃음꽃이 피어났다. 최 씨가 속해 있는 축구팀 ‘FNK(Free North Korea)’가 자치구 생활체육협의회의 정식 팀으로 등록된 뒤 첫 공식 경기가 열렸기 때문. FNK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주축이 돼 만든 축구동호회로 탈북자 20여 명이 회원이다. 이날 최 씨는 “그동안 탈북자들이 축구를 하고 싶어도 운동장을 예약하는 데 곤란을 느낀 데다 정식 팀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남한 주민들과 함께 운동을 하며 다른 팀들과 정식으로 훈련도 하고 교류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팀 운영의 어려움을 알게된 서울 강북경찰서가 적극 돕고 나선 지 3개월여 만이다.

생활체육협의회 강북구 축구연합회 임원들과의 경기에서 FNK는 0-2로 졌지만 송곳 같은 패스와 날렵한 돌파가 눈에 띄었다. 경기에서 승리한 신일축구회 소속 정병팔 씨(54)도 “생각했던 것보다 패스가 날카롭게 들어와 수비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 FNK에는 북한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탈북한 실력파가 줄줄이 포진해 있다. 회장 최현승 씨(46)는 북한에서 20년간 군에 복무하며 축구와 군 3종경기 선수로 활약한 공격수로서 팀을 수차례 우승시켰다. 총감독이자 선수인 김정철 씨(41)는 군 복무시절 축구선수로 뛴 경력이 있다. 미드필더 임태현 씨(34) 역시 함경남도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정식 팀으로 첫 경기를 마친 이들은 축구와 관련된 북한에서의 경험을 떠올렸다. FNK 선수이자 자유북한방송(RFA) 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한강복 씨(31)는 “북한 중앙체육학원에서 6년 동안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를 했는데 여름만 되면 훈련시설이 없어 축구만 했다”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TV 녹화방송으로 한국대표팀이 4강에 오르는 것을 지켜볼 때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기 몸으로 공을 차는지 사상으로 공을 차는지 모를 정도로 강압적인 훈련을 받는 북녘 동포들이 떠오른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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