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캘리포니아 슈워제네거 지사, 재정적자 260억 달러 남기고 쓸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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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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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 이룬 ‘터미네이터 주지사’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했네

영화 터미네이터로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뒤 정치인으로도 성공을 거듭했던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64·사진)가 3일(현지 시간) 주지사 퇴임식을 갖는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보디빌딩 챔피언 출신으로 미국의 정치명문 케네디 집안의 사위가 됐으며 200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재선에 성공하는 등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으로 꼽혔던 인물.

2003년 10월 그레이 데이비스 당시 주지사가 주민 소환을 당한 뒤 치러진 특별선거에서 당선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2004년 5월 지지도가 65%까지 올라가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8년부터 캘리포니아에 경기침체의 한파가 몰려오면서 주 재정적자가 260억 달러를 넘는 등 사실상 파산을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지도도 20%를 겨우 넘을 정도의 인기 없는 주지사로 전락했다.

미국 언론은 액션스타라는 후광을 업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작 남기고 가는 정치적 유산은 초라하다고 혹평했다.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일 “주 재정위기 속에 특별선거를 통해 주지사에 당선됐던 슈워제네거가 7년 후 너무나도 똑같은 캘리포니아 주의 재정위기 속에서 지사직을 떠나게 됐다”고 논평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주의 신용을 높이고 재정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또 “임기 초반에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긴축 등의 방안을 택했어야 하는데 너무 쉽게 150억 달러를 빌리는 방안을 택했다”며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초기 정책실패는 임기 내내 부담으로 작용했고 결국 수백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또다시 후임자에게 물려주게 된 것.

정치인으로서는 불명예제대를 하지만 그의 대중적 인기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퇴임 후 여러 일을 생각하고 있다”며 자서전 집필과 각종 행사 초청연사로서의 활동, 비즈니스 프로젝트 추진, 할리우드 복귀 등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에서 환경이나 에너지 관련 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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