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도 멈추지 않은 ‘위안부 수요집회’

동아일보 입력 2010-09-24 03:00수정 2010-09-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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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보내려 온 해외교포 학생-외국인들까지 참석, 할머니들 빠진 자리 메워
추석인 2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 및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참가해 일본 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수요일인 22일 정오경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 한낮인데도 섭씨 20도 내외의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20여 명이 굳게 닫힌 대사관 정문 앞에 모였다. 몇몇은 노란 조끼를 입고 있었다. 손에 ‘공식 사과’ 등이 쓰인 푯말을 든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제936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다.

1992년 시작된 이후 일본 고베 대지진 희생자를 애도하는 차원에서 딱 한 번 연기됐을 뿐 단 한 번도 취소된 적 없던 이 집회는 추석에도 이어졌다. 바람이 찬 데다 명절까지 겹치는 바람에 당사자인 할머니들은 이번 집회에 나오지 못했다. 할머니들이 빠진 자리는 추석에도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촘촘히 메웠다. 노란 조끼를 입고 집회를 주관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는 4, 5명뿐이었다.

이들 외에는 “추석에 할머니들이 쓸쓸하게 집회를 하실까 봐 도와드리러 나왔다”는 사람들이었다. 한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찾아왔다는 학생도 있었고 일이 바빠 휴일에야 찾아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캐나다에 거주하다 명절을 보내기 위해 한국을 찾은 공인숙 씨(73·여)는 휠체어를 탄 불편한 몸인데도 아들 홍인기 씨(41) 및 세 손녀와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어린 손녀들이 살아갈 사회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가족과 함께 찾아왔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집회가 계속 열린다는 사실이 해외에도 알려지면서 이날 행사에는 외국인도 다수 참가했다. 정신대 문제를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3개월간 아시아 각국을 돌며 취재를 하고 있다는 캐나다인 티파니 시웅 감독은 “정신대 피해 할머니가 훨씬 많은 중국은 이런 모임 자체가 없고 필리핀의 경우 모임은 있으나 관심은 거의 없다”며 “한국에서 이처럼 집회를 오래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관심이 많다는 뜻”이라면서 놀라워했다. 여행을 왔다가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친구 손에 이끌려 나온 한 일본인 청년은 “일본에서는 그동안 이런 일들에 대해 잘 몰랐다”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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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집회는 내년 12월 8일 1000회 집회가 열린다. 사회를 맡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리자 한 참석자가 “일본이 하루빨리 공식 사과를 해 이 집회가 1000회까지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일본대사관을 향해 “일본 정부는 하루빨리 공식 사죄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30분간의 짧은 추석 집회를 마쳤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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