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활동 통해 부부 인연 ‘앙리 뒤낭 가족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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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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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정 20명이 30가족 100여명 됐죠

가족 소중함 전파 15년째

14, 15일 경북 청도군에서 열린 ‘앙리 뒤낭 적십자 가족 캠프’에 모인 사람들. 15년 전 20여 명에서 올해는 100여 명으로 대가족이 됐다. 청도=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14, 15일 경북 청도군에서 열린 ‘앙리 뒤낭 적십자 가족 캠프’에 모인 사람들. 15년 전 20여 명에서 올해는 100여 명으로 대가족이 됐다. 청도=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어느새 이 넓은 마당이 비좁을 정도로 대가족이 됐어요.” 15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의 한 펜션에는 전국에서 온 30여 가족 100여 명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행사 이름은 ‘앙리 뒤낭 적십자 가족 캠프’. 적십자 활동을 인연으로 만나 가정을 꾸린 사람들이 모인 행사다. 매년 광복절 무렵에 열리는 이 캠프는 올해가 15년째다. 1995년 처음 열렸을 때 참가한 가족은 서너 가정에 20여 명. 그 사이 5배가량으로 늘었다.

참가한 사람들은 마치 각지에 흩어져 살다 명절에 고향에 모여 정담을 나누는 가족과 비슷했다. 이들은 고교생 때부터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을 한 경험 때문인지 국제적십자를 창설한 뒤낭(1828∼1910)의 정신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에서 온 전인철(38) 안준형 씨(36) 부부는 “군인이어서 이사도 자주 다니지만 어디서든 배려하는 마음으로 건강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캠프에는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꿈꾸는’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저출산 문제에도 이 캠프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주자는 것이다.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인 서정현(40·대구 동구 불로동) 이상순 씨(32) 부부는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육아 부담이 있지만 가정이 화목하면 아이도 더 갖고 싶어진다”며 “11월에 출산하면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적십자 활동이 인연이라지만 저절로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선배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20여 년 동안 후배 30여 쌍이 가정을 이루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준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김영길 사무처장(55)은 “젊은 후배들이 경제적 이유를 들어 결혼을 막연하게 미루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화목한 가정을 꾸리겠다는 마음이 강하면 결혼으로 두 사람이 힘을 모아 세상을 헤쳐 나가는 자세도 자연스럽게 배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저출산 문제도 캠페인이나 장려금 같은 방법보다는 평소 주변을 둘러보면서 젊은 남녀가 가정을 꾸리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내년 이맘때 모이면 또 가족이 늘어날 것이라며 캠프를 마무리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응급처치 봉사를 하는 우성철 씨(40·서울 관악구 성현동)와 적십자 혈액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부인 임선미 씨(37)는 “아이 둘을 키우지만 캠프에 모인 선후배들의 아이들도 가족과 마찬가지”라며 “핵가족 시대라지만 이 캠프 덕분에 대가족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어 아이들에게도 아주 유익했다”고 밝혔다.

청도=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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