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군 안양면에 있는 기와작업장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91호 한형준 옹(오른쪽)이 국보 1호 숭례문 복원 기와에 쓰일 흙을 다지고 있다. 사진 제공 장흥군
6일 전남 장흥군 안양면 기산리 사자산자락. 830m²(약 250평)의 기와 작업장에서 터널 형태의 가마를 만드는 일이 한창이다. 비탈진 경사면에 점토 벽돌이 폭 2.3m, 길이 12m, 높이 2m 규모로 쌓여 있다. 이 가마는 100년 만에 복원되는 등요식(登窯式)이다. 등요식 가마는 경사면 밑에서 장작을 태워 열기와 연기로 기와를 굽는 조선시대 전통 방식. 19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남 보령시 등요 가마터가 현재까지 발견된 마지막 공간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1호 한형준 옹(83)은 이달 중순경 완공되는 이 가마에서 국보 1호인 숭례문 복원에 쓰일 기와를 시범 제작하게 된다.
69년 동안 전통 조선기와를 고집한 한 옹은 “등요 가마에서 기와를 굽게 되면 천년 넘게 숭례문 지붕을 덮을 수 있는 민족혼이 담긴 조선기와를 만들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질 좋은 흙으로 형태를 이룬 기와가 1100도가 넘는 등요 가마 안에서 연기를 듬뿍 마시게 된다”며 “이 연기가 기와에 방수 기능을 입히는 셈”이라고 했다.
한 옹은 조선기와를 굽는 등요 가마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넘어온 감투 형태의 가마에 밀려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평평한 곳에 조성되는 감투 가마는 크기가 크고 하루 정도면 기와를 구워낼 수 있다. 등요 가마에서 기와를 구울 경우 4∼6일 동안 불을 지펴야 한다. 이후 1970년대 들어서는 기계로 찍어내는 공장기와가 인기를 끌면서 조선기와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6월부터 숭례문 복원 기와 재료로 쓰일 질 좋은 흙을 준비해온 한 옹은 이달 4일부터 등요가마에서 구워낼 기와 형태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빠르면 이달 말 전통방식으로 조선기와를 시범 생산하고, 이후 국립 문화재연구소 등의 검증절차를 거쳐 다음 달부터 숭례문 기와를 본격 생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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