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오은선(왼쪽)이 24년 전 세계 최초로 14좌 완등을 이룬 라인홀트 메스너와 8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만났다. 우상을 만난 오은선은 뛸 듯이 기뻐했고 메스너는 오은선을 “위대한 산악인”이라고 치켜세웠다. 사진 제공 블랙야크
오은선(44·블랙야크)이 본격적으로 산을 다니기 시작한 건 수원대 2학년이던 1986년부터다. 1학년 때 대학 산악부에 들어간 오은선은 이듬해 북한산 인수봉에 오르며 산이 주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오은선이 산에 눈 뜰 무렵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봉우리를 모두 오른 위대한 산악인이 출현했다. 그의 이름은 라인홀트 메스너(66·이탈리아). 메스너는 오은선에게는 꿈 그 자체였다. 24년이 흐른 후 오은선이 메스너를 만났다. 오랜 ‘꿈’을 만난 오은선은 ‘여성 최초 14좌 완등’이라는 역사의 주인공이 돼 있었다.
메스너와 오은선의 만남은 남성 최초와 여성 최초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세계 산악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메스너는 6일 카트만두에서 열린 오은선의 등정 성공 기념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8일 오은선을 만났고 9일 자신이 주최한 환경 심포지엄에 오은선을 초청했다.
메스너는 “오은선은 15개월 만에 8000m 봉우리 8개를 올라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오은선이 2007년 5월 초오유(8201m)를 시작으로 2008년 10월 마나슬루(8163m)까지 8개 봉우리를 오르며 여성 최초 14좌 완등의 선두로 올라선 것을 높이 평가했다. 오은선을 두고 “남자보다 더 위대한 산악인”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메스너는 오은선에게 논란이 된 칸첸중가(8586m) 등정에 대해서 물었다. 오은선의 답변을 들은 메스너는 “오은선이 등정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칸첸중가에 대해 “내 관점에서는, 모든 게 들어맞는다. 당시 정확히 꼭대기에 서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눈보라가 있었다면 정확한 정상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수 m를 못 갔을 수도 있지만 등정은 등정이다”라고 밝혔다. 오은선이 칸첸중가 정상의 정확한 꼭짓점에 서지 않았다는 것은 오은선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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