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신분 독립운동가 백초월 선생 1919년 진관사 숨긴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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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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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신분 독립운동가 백초월 선생
1919년 진관사 숨긴 것으로 추정
한 맺힌 독립 염원 91년만에 빛봐

사진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사진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지난해 5월 26일. 불암사, 삼막사, 심원사와 함께 한양 근교 4대 사찰로 불리는 진관사의 칠성각(한국 토속 신인 칠성신을 모시는 전각)을 조사하기 위해 불단과 기둥을 분리하던 한 연구원이 누런 천 뭉치 하나를 발견한다. 몇 권의 책과 옛날 신문 등을 싸고 있던 이 천은 놀랍게도 태극기(사진)였다.

사찰에서 태극기가 발견되기는 처음. 왼쪽 윗부분이 약간 불에 타 사라지긴 했지만 가로 89cm, 세로 70cm로 현재 태극기보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에 휘돌아치는 32cm 크기의 태극무늬도 선명했다. 4괘 중 ‘감(7)’과 ‘이(8)’ 위치가 서로 뒤바뀌어 있는 점은 독특했다.

태극기를 조사하던 연구원들을 무엇보다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이 태극기가 일장기 위에 덧그려졌다는 것. 태극기가 감싸고 있던 자료도 태극기에 대한 내용이 담긴 ‘독립신문’ ‘자유신종보’ 같은 민족언론이나 친일행위를 하던 국민들을 엄중히 경고하는 ‘경고문’ 등이었다.

일장기 위에 덧칠할 정도로 한 맺힌, 독립의 염원을 담은 태극기를 사찰 깊숙이 숨겨야 했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서울역사박물관 박상빈 조사연구과장은 “진관사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승려이자 독립운동가 백초월 선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878년에 태어나 14세 때 출가한 백 선생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국내와 임시정부를 오가던 항일 승려를 만나고 자금을 모아 제2의 3·1운동을 추진하는 등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박물관 측은 함께 발견된 신문 날짜를 참조할 때 백 선생이 태극기를 숨긴 때도 1919년 즈음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65년 전 광복의 기쁨을 알지 못한 채 91년간 어둠 속에서 독립을 염원하던 태극기가 이제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독립운동의 생생한 역사를 증언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6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종로구 신문로 박물관 로비에서 ‘진관사 태극기전(展)’을 열고 태극기와 신문 등 사료를 일반에 처음 공개한다. 입장료는 무료.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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