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0여명, 교육도우미 등과 새해맞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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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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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만 알던 내가 외국인과 대화도 겁 안나”

탈북자지원단체 ‘성통만사’ 마련
장소제공 서대문서 경찰도 축하

공부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맺어가고 있는 탈북청소년들과 고등학생, 대학생 교육도우미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지난해 12월 30일 송년회에서는 우수도우미에 대한 표창 등이 이루어졌다. 사진 제공 서대문경찰서
공부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맺어가고 있는 탈북청소년들과 고등학생, 대학생 교육도우미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지난해 12월 30일 송년회에서는 우수도우미에 대한 표창 등이 이루어졌다. 사진 제공 서대문경찰서
“그동안 공부하느라 수고 많았어요.” “아니에요, 새해에는 더 열심히 할게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대문경찰서 2층 강당에서 특별한 송년 잔치가 열렸다. 탈북자 지원 단체로 교육 지원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성통만사)’이 탈북자와 교육도우미로 나선 고등학생 및 대학생, 교육장소를 제공하고 프로그램들을 홍보해준 서대문경찰서 경찰 등을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연 것이다. 탈북자 20여 명을 비롯해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다운 식사와 우수 교육도우미에 대한 시상식 등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새내기 오은별 씨(21)도 있었다. 북한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가 중국을 거쳐 2007년 한국에 온 오 씨는 그동안 학업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검정고시학원을 거쳐 고등학교를 다녔고 특별전형으로 대학까지 진학했지만 북한에서 영어를 배우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영어와 외래어가 수없이 등장하는 수업은 쫓아가기 벅찼다. “정말 딱 알파벳 정도만 아는 상태였죠.”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부터 서대문경찰서 경찰의 추천으로 영어발음특강을 수강하며 오 씨는 ‘영어’에 새롭게 눈을 떠가고 있다. “외국인 선생님한테 직접 배우다 보니 이제 외국인과의 대화도 겁이 안 나요. 이젠 영어로 10, 100, 1000 이런 숫자도 다 말할 수 있죠.”

오 씨는 “공부 자체도 어렵지만 워낙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많다 보니 사실 회계 등 학교 수업을 거의 따라가지 못했다”며 “그러나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오 씨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데이비드 캔들 씨(46)는 “탈북자들을 위한 봉사 자리가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고 참여하게 됐다”며 “힘든 과정을 거쳐 온 탈북자들인 만큼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 최일향 양(13)의 ‘수학선생님’인 기동환 군(18·경복고 2학년)도 행사에 참석했다. 최 양은 지난해 10월부터 주 1, 2회 정도 기 군에게서 수학 과외를 받고 있다. 기 군은 “봉사활동을 알아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 수학 과외를 시작했다”며 “곧 고3이 되기 때문에 다소 부담이 있지만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 양은 12월 전국연합학업성취도평가에서 수학을 100점 맞았고 기 군은 덕분에 이날 ‘우수도우미’ 표창장을 받았다.

탈북자들과 그들의 선생님들은 식사를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성통만사의 김영일 대표는 “잠재력이 있는 탈북자들도 막상 한국에 오면 갈 방향을 못 잡고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 지원을 통해 이 학생들이 잘 정착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자리에 함께한 조희현 서대문경찰서장은 “단순한 장소 제공을 넘어 탈북자들의 교육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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