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서울대 형-언니가 도와준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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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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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한민족학교 학생들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경영대에서 캠퍼스 투어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미옥 기자
10일 오후 한민족학교 학생들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경영대에서 캠퍼스 투어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미옥 기자

한민족학교 15명, 경영대 방문
결연-과외봉사 멘터링 추진


“지금 여러분은 환경이 달라서 상당히 고생이 많을 겁니다. 근데 이걸 이겨내야죠. 여러분 이겨낼 자신이 있죠? 세계적 인물이 될 자신이 있죠?”

10일 오후 4시 반 서울대 경영대 강의실. 이 대학 초빙교수인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68)이 이렇게 말하자 강의실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네!” 하고 힘차게 대답했다. 손 회장은 “매머드가 뭔지 알죠? 왜 지금 없냐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여러분은 항상 현재보다 높은 곳을 희망하고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강의를 들은 15명은 탈북 청소년 학교인 한민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초중학생 나이인 아이들이 다니는 한민족학교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대안학교로 탈북인 교장이 운영하고 있다. 부모가 없거나 형편이 어려운 탈북 청소년 5명이 기숙생활을 하고 10명은 방과 후 교실에서 공부한다.

▶본보 6월 15일자 A14면 참조
[窓]“탈북청소년들 고생, 남 일 같지 않아요”


이들의 서울대 방문에는 후원자들의 역할이 컸다. “서울대에 가보고 싶다”는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이 학교를 돕고 있는 온라인교육업체 ㈜와이즈캠프닷컴 이대성 대표(45)가 서울대 경영대 동기생인 송재용 경영대 부학장에게 이들의 방문을 제안해 성사됐다. 이 대표는 또 SK그룹 비서실 근무 시절 알던 손 회장에게 행사 참석을 부탁했다. 손 회장은 이날 금일봉을 전달하고 10여 분 동안 짧은 강연을 했다.

이날 탈북 청소년들은 오후 3시부터 3시간가량 서울대 캠퍼스 투어와 경영대 학생 및 외국인 학생과의 만남 등에 참여했다. 경영대 학생들은 학교 안내와 외국인 학생과의 통역을 맡았다. 한민족학교 최옥 교장(42)은 “탈북 청소년들이 자유와 생명을 찾아 천국인 줄 알고 한국에 왔는데 교육 여건이 너무 힘들다”며 “그렇지만 학생 몇몇은 영어 수준도 높고 공부를 잘해 특목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대 안태식 학장은 “경영대 학생들과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결연을 추진하고, 서울대 과외봉사 멘터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후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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