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134>‘愛人敬天’ 도전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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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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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여성기업 지원법 통과

한국여성경제인박람회 개막식의 모습. 1997년 7월이다. 장영신 회장이 여성경제인연합회장에 취임한 지 2년 만인 1999년 1월 여성 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여성 기업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사진 제공 애경그룹
한국여성경제인박람회 개막식의 모습. 1997년 7월이다. 장영신 회장이 여성경제인연합회장에 취임한 지 2년 만인 1999년 1월 여성 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여성 기업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사진 제공 애경그룹
내가 여성경제인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달라고 쫓아다니자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기존 기업인에게 의견을 물었던 듯하다. 기업에서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대기업은 굳이 여성 기업단체가 새로 생겨서 어떤 일을 할 때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세력이 추가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대기업은 여경련을 산하단체나 분과로 포함시키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대기업 총수를 쫓아다니며 설득했다. 그 결과 어느 정도 반대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다. 기업에서 반대하지 않게 된 뒤로는 정치권 인사를 상대로 집중적으로 법제화를 요청했다. 일을 돕던 애경화학 임성주 사장(현 C&그룹 부회장)이 나 대신 국회를 자주 드나들다 보니 국회의사당 경위가 임 사장을 국회 관계자로 착각했을 정도였다. 마침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신한국당이나 새정치국민회의 모두 표심을 의식해서인지 영 배타적이지만은 않았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이뤄 1997년 11월 신한국당은 ‘여성 기업 활동 촉진에 관한 법률’을, 새정치국민회의는 ‘여성경제인 지원 및 기업활동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각각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는 여야 양당이 제출한 법안을 검토했고, 같은 달 정기국회 회기 중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해 심사토록 했다.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양당이 제출한 내용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따져가며 비교 검토했다.

1999년 여성기업지원법 공포
여경련 회장 취임 2년 만에
국가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


양당이 제출한 법안에는 △여성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여성기업을 육성하도록 하는 책임을 부여하고 △여성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여성기업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또 경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물품을 조달할 때 여성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 여성기업 공제기금 설치를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새정치국민회의가 제출한 내용에는 공제기금 조성을 위해 정부가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신한국당의 법안에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이 밖에 여성경제인의 활동지원을 위해 특별 법인인 ‘한국여성경제인협회’를 설치한다는 내용과 여성기업 종합정보지원센터 설치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여성기업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제도적 지원 장치를 마련하는 셈이었다.

회사에서 내규를 하나 만드는 것과 나라에서 법을 제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만, 걸리는 시간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꼈다. 1997년 11월 발의된 법안은 여러 차례의 검토와 논의, 관련 부처의 여론 수렴을 거쳐 1998년 12월 법안심사소위에서 가다듬었다.

완성된 법안에는 △여성기업에 대한 차별적 관행이나 제도에 대한 시정 요청권 △여성의 창업지원 특례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물품 구매를 계획할 경우 여성기업으로부터 구매할 물품 구매계획 별도 작성 △중소기업청장의 여성기업에 대한 구매 증대 요청권 △여성기업 공제기금 폐지 대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자금지원 우대 △경영능력 향상과 디자인 개발 지원 △여성기업 종합정보지원센터를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로 변경하고 지원기능 확대 등의 내용이 더해졌다.

법안 심사 도중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국회의원은 여성기업 생산물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토록 하는 부분과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자금지원을 우대한다는 부분에 대해 헌법 제8조에서 제시한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이견을 내놨다.

우여곡절 끝에 1999년 1월 6일 제199회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직권으로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이어 1월 26일 국무회의가 공포안을 의결하면서 2월 5일 법률 제5818호로 공포돼 여성 기업을 위한 지원 근거가 마련되기에 이르렀다. 여경련 회장 취임 2년 만의 성과였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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