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99세 의사 “밥상 받을 생각만 말고 일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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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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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하라 시게아키 박사 ‘장수 비결’ 강연회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장수문화포럼’에서 히노하라 시게아키 박사는 “한국도 고령화사회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장수문화포럼’에서 히노하라 시게아키 박사는 “한국도 고령화사회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해외로 물건을 보낼 때나 택배를 보낼 때 유리잔 그림을 그려놓고 ‘깨짐’ ‘주의’ 같은 말을 써놓잖아요. 노인도 마찬가지예요. 살살 조심해서 움직이면 됩니다. 교통수단의 힘을 빌리든, 의료기기의 힘을 빌리든 우리 뜻대로 일하고 즐기면서 살 수 있습니다.”

내년에 100세를 맞는 현역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는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했다. 5일 가천길재단과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의 주최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장수문화포럼’에는 ‘장수(長壽) 선배’의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메모를 하는 백발 관객들이 유독 많았다.

도쿄 성누가 국제병원 이사장이자 지금도 심장내과 의사로 활동 중인 히노하라 박사는 2000년 ‘신(新)노인회’를 조직하면서 일본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자립심을 갖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일에 전력 질주해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 신노인회의 목표다.

“90년 전 일본에서는 ‘그래봐야 인생 50년’이라는 노래가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1950년 인구 조사 때 평균수명이 59세 정도였으니까 그럴 만했습니다. 지금은 86세가 넘습니다. 65세가 되자마자 일을 접고, 밥상만 받고 있으라고요? 남은 20여 년은 어떻게 합니까.”

히노하라 박사는 오전 5시에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한두 차례 대중강연을 하고 차량 이동 중에 틈틈이 메모를 해 매년 3권 이상의 책을 쓴다. ‘장수 인생의 우선순위’ ‘삶이 즐거워지는 15가지 습관’ 등 250권의 책을 썼다.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2005년 일본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다.

히노하라 박사는 최근 종합검진을 받았다. 심전도, 청력, 시력, 골밀도 모두 정상이었다.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적게 먹는 것이다. 하루에 채소를 큰 접시로 한가득 먹고 우유와 엽산 섭취도 잊지 않는다. 스포츠센터를 이용하거나 골프를 치러 갈 시간이 따로 없어서 이동할 때 틈틈이 운동한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는데 이때 복식호흡을 한다. 계단을 올라갈 때는 날숨(첫 번째 계단)-날숨(두 번째 계단)-날숨(세 번째 계단)-들숨(네 번째 계단)을 반복한다. 매일 밤 자기 전에 편지나 짧은 에세이를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정도다.

히노하라 박사는 1970년 일본 적군파의 요도호 여객기 납치사건을 직접 경험한 후 바쁘고 즐겁게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납치된 승객 129명 중 한 명이었다. “3일 동안 억류돼 있다 다시 도쿄 땅을 밟았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이렇게 인생을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 60세였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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