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장학금은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

  • 입력 2009년 8월 11일 03시 03분


9일 경기 가평군 청심국제청소년수련원 대강당에서 ‘열린 장학금 대축제’에 참여한 장학생들이 단합을 위해 조별 장기자랑으로 단체 응원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동아일보 열린 장학금
9일 경기 가평군 청심국제청소년수련원 대강당에서 ‘열린 장학금 대축제’에 참여한 장학생들이 단합을 위해 조별 장기자랑으로 단체 응원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동아일보 열린 장학금
‘삼성-동아일보 열린 장학생 대축제’ 경기 가평서 열려… “지원서 쓰면서 미래계획 세워”

“남보다 형편이 어려워서 드는 회의감은 어떻게 극복했어요? 어떻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8일 오후 경기 가평군 설악면 청심국제청소년수련원 대강당에서 김병희 군(17·부산 부흥고 2학년)이 조현지 씨(22·여·한국외국어대 4학년)에게 물었다.

“누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 외국어고에 진학했는데 야간 자율학습 하는 애들은 얼마 안 되고 다들 과외를 받으러 나가더라고. 수업료도 부담스럽고 매일 밤 빈 교실에 남으니 왠지 내가 벌써부터 패배자가 된 것 같았어. 그때 ‘열린 장학금’이 큰 힘이 됐지.”

조 씨는 대전외고에 다닐 때 ‘삼성-동아일보 열린 장학금’을 받은 1기 장학생. 김 군은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는 5기 장학생이다. 장학금을 기부한 삼성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마련한 열린 장학금은 2004년부터 매년 성적과 관계없이 자기소개서를 평가해 형편이 어려운 전국의 고교 1, 2학년생 3000명에게 등록금과 학교 운영비 전액을 지원해 왔다. 그동안 252억 원을 지원했으며 10월에는 6기 장학생을 선발한다.

올해 처음으로 삼성과 동아일보는 장학생들의 문화 체험을 위해 4, 5기 150명을 대상으로 8∼10일 ‘열린 장학생 대축제’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 조 씨는 대학생 멘터로, 김 군은 학생으로 참여했다.

조 씨는 “고교 2학년 때 선생님 소개로 열린 장학금 지원서를 쓰면서 미래의 계획을 세웠다”며 “열린 장학금은 내가 설계한 미래의 모습을 보고 날 응원해 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생긴 것 같은, ‘키다리 아저씨’가 날 돕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대학에 진학해 열린 장학금 지원서를 쓰며 계획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모두 해냈다. 삼성사회봉사단이 후원하는 ‘해피투게더 봉사단’의 동아리 ‘보라’ 멤버로 활동하며 서울 영등포구의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복지관 공부방 교사, 중국 봉사활동을 했다. 어려울 때 자신이 받은 사랑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나눠줬다.

“인도에도 봉사활동을 갔었어.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Untouchable)이라고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도 속하지 않는 최하층민이 사는 마을에서 식수원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10일 만에 둑을 쌓기도 했지. 떠날 때는 아이들이 가지 말라며 울더라.”

조 씨는 김 군에게 “봉사활동을 하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보니 ‘그래도 내가 사랑과 복을 받고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조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김 군은 “역경을 이겨내고 대학에 가 봉사활동까지 하다니 대단하다”며 “나도 꿈인 기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누나처럼 이웃과 사랑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장학생 대축제’에서는 꾸준히 소외된 이웃에 기부를 하고 있는 가수 지누션의 ‘션’이 학생들에게 ‘기부의 아름다움’에 대해 강연하고 노래와 춤 공연을 선사했다. 학생들은 9일과 10일에도 전통악기, 댄스, 암벽등반, 공예 등 문화 체험을 하면서 고민과 우정을 나눴다.

강연자로 나선 1기 장학생 김대현 씨(22·성균관대 1년)는 “기숙 고교에 진학했으나 학비와 급식비를 1년 동안 못 낼 형편이었는데 열린 장학금 덕분에 회계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며 “장학금을 받은 뒤 내신 성적을 1등으로 끌어올렸고, 나의 잠재력에 자신감을 갖게 해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가평=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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