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폭 잡는 여경”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남편이 저보고 조폭 잡는 마누라라고 놀려요. 조직폭력배들도 실제로 만나 보면 귀여운 면이 있더라고요.” 경찰청이 7일 개최한 제1회 ‘베스트 수사팀’ 시상식에서 조직폭력 분야 최고의 팀으로 선정된 서울지방경찰청 폭력계 1팀의 이경선 경장(35·여·사진)은 이번에 뽑힌 베스트 경찰관 중 홍일점이다. 서울 경찰청 폭력계1팀은 상택이파와 이태원파 등 신흥 폭력조직을 소탕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팀의 홍일점인 이 경장은 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한 뒤 병원에서 임상심리사로 일하다 2006년 경찰청 피해자심리전문요원으로 특별 채용돼 경찰관이 됐다. 처음엔 주로 범죄 피해자들을 상대로 이들이 입은 심리적 외상을 살펴보고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 5월부터 서울경찰청 폭력계 1팀으로 옮겨 조직폭력 범죄 수사를 시작했다.

이 경장은 “조폭이라서 주눅이 들 수도 있겠지만 막상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유치장에 있는 스물여덟 살짜리 조폭에게 세면도구를 넣어줬더니 ‘고맙습니다. 꼭 새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다짐하더라”고 말했다.

이 경장은 수사팀의 유일한 여경으로 현장에 직접 출동해 조폭들의 경계심을 늦추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 경장은 “초인종을 누르고 ‘옆집에 새로 이사 와서 떡 가지고 왔다’고 하면 아무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준다. 물론 문 옆에는 다른 경찰관 네댓 명이 벽에 붙어 숨어 있다가 집 안으로 들이닥친다”고 말했다. 2005년 결혼해 두 돌이 지난 아들을 둔 이 경장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베스트 수사팀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더 노력해 국민들에게 필요한 강한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경찰청은 올해 상반기 최고 성과를 달성한 베스트 수사팀 7개를 선정해 팀원들을 특별 승진·승급시키는 등 포상했다. 분야별 베스트 수사팀으로는 강력 수사는 광주북부서 지역형사3팀, 지능 수사는 서울 혜화서 지능팀, 경제사건 수사는 전남 보성서 경제팀, 마약은 부산청 마약수사대 2팀, 사이버는 부산 해운대서 사이버수사팀, 과학수사는 강원 춘천서 과학수사팀이 각각 뽑혔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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