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뉴스데이트]인도네시아 호텔 폭탄테러서 구사일생 도신우 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덤으로 얻은 인생… 패션 세계화 힘쓸 것”

‘과일 좀 먹을까?’ 아침 식사를 하며 과일을 챙기러 뷔페 테이블로 간 순간.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려 보니 다리가 뜨거웠다. 피가 수도꼭지 틀어놓은 듯 흐르고 있었다. 원래 앉았던 자리는 흔적조차 없었다.
7월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고급 호텔 두 곳에서 폭탄이 터졌다. 남성모델 1호 격인 도신우 모델센터 인터내셔널 회장(사진)은 살아남았다.
“벽에 붙은 뷔페 테이블 아래에 껴서 살았어요. 계속 원래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종아리에 폭탄 파편이 깊이 박혀 수술까지 했지만 도 회장은 생각보단 덤덤했다. 원래 낙천적이라고. “현지 기자들이 다시 인도네시아에 오겠냐고 묻기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아이 러브 인도네시아’라고 했죠.”
그는 모델이란 말도 생소하던 1960년대에 패션모델이 됐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시절, 서울 중구 명동 맞춤 양복점에서 모델을 하면 공짜로 옷을 준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일반 기업의 월급에 맞먹는 가격의 양복을 준다고? 옷이 탐나 시작했던 취미생활이 직업이 됐다.
1969년 뜻이 맞는 친구들과 ‘왕실모델클럽’을 만들면서 국내 최초의 프로 남성모델 시대를 열었다. 당시 명문이던 경복고 동문들과 줄줄이 의사였던 친지들은 아연실색했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저를 명부에서 빼자는 얘길 했다고 나중에 들었다”며 웃었다.
1980년대에는 패션쇼 기획자로 나서 1984년 지금의 모델센터 인터내셔널을 세웠다. 특히 30여 년 동안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패션쇼에는 어김없이 도 회장의 손길이 있었다.
그는 “덤으로 얻은 인생, 해외에 내보낼 우수한 모델을 키워내고 한국 패션을 세계화하라고 하늘이 숙제를 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인터뷰 영상은 동아닷컴 뉴스스테이션(station.donga.com)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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